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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 기생세대인가 왕따세대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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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 기생세대인가 왕따세대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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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04.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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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젊은 세대의 취업문제가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이들 세대는 ‘기생세대’, ‘무직청년’, ‘저주받는 세대’ 등 다양한 용어로 매도 당하고 있다.기성세대는 가엽다고 동정하지만 정작 당사자인 무직 청년들은 자신의 불운만을 탓할 뿐이다. 과연 자신의 불운 때문일까.

1990년 13만 명을 채용했던 공무원 채용규모도 1999년에는 그 절반인 6만7,000여명으로 줄었다. 그 사이 공무원 수는 80만 명에서 86만 명으로 늘어났다.

대기업의 채용인원도 크게 줄었고 줄어드는 추세이다. 한국경영자 총협회의 조사로는 기업의 절반가량은 올해 채용계획조차 없다고 한다.

한 공기업은 지난 5년 동안 대졸사원을 한명도 선발하지 않았다. 구조조정 때문이다. 어느 방송사의 경우 신세대의 채용을 줄이는 바람에 차장급 이상의 간부 인력비율이 절반에 육박하고 있다.

은행 등 일반기업도 마찬가지이다. 이 때문에 우리기업의 인력구조가 중간간부가 비대화하는 다이아몬드형으로 바뀌고 있다.

모든 기업이 경력직원을 선호하는 데다 구조조정이 계속되면서 노조가 신규채용을 막고 기존 사원의 기득권 보호에만 집중하고 있다.

이러한 구조조정과 노조활동의 부작용으로 선배사원이 신입사원 채용을 방해하는 ‘세대 왕따’가 심화되고 있다.

즉 구조조정으로 전체적인 일자리는 줄어들고 있는 와중에 이미 취업한 세대가 후배세대의 진입을 방해하면서 기득권을 지키는 분위기가 팽배하고 있다.

우리사회는 IMF사태 이후 나눌 수 있는 파이가 줄어들면서 선배세대가 후배세대를 배척하고 있다.

구세대가 신세대를 경쟁자로만 생각하면서 먼저 취업하거나 태어났다는 단 하나의 이유로 후배세대를 따돌리는 ‘세대왕따’가 득세하고 있다.구세대 만이 우리사회를 독점 운영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신세대도 언젠가 우리사회의 미래를 떠맡아 경영할 수 있는 기회를 줘야 한다.

세대 왕따가 여기에 그치는 것은 아니다. 구세대는 신세대를 돈벌이의 대상으로만 보고 있다. 이동전화 업체의 주고객은 10대, 20대이다.

이들 이동전화업체는 신입사원보다는 경력사원을 선호하고 신입사원에게 취업기회를 거의 주지 않고 있다.

가령 SK는 지난해 120명에서 올해는 50명 채용을 계획하고 있을 뿐이다. 컴퓨터회사는 신세대에게 컴퓨터를 파는 데 급급할 뿐 이들에게 취업기회를 주는 데는 인색하다.

경력사원 선호분위기와 구세대 조직원의 기득권보호 때문에 돈벌이 는 신세대, 취업은 구세대로 굳어지고 있다.

신세대가 능력이 모자란 것도 아니다. 세대 왕따는 제도화되고 있다. 미국 유명대학 출신의 박사로 미국 대학강의 경력이 화려한 어느 신세대는 고교 교사를 하고 싶어도 자격증이 없어 교단에 설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다.

미래세대의 재목을 양성하기 보다는 교사들의 일자리 확보차원에서 교과과목이 결정되고 운영되고 있기 때문이다. 대학교육도 마찬가지이다. 먼저 교수가 됐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신세대의 진입을 가로 막고 있다.

신세대를 ‘저주받는 세대,’ ‘기생세대’ ‘무직청년’으로 만든 것은 신세대의 무능이나 운이 아니라 사회시스템 때문이다. 파이를 줄인 정치인, 기득권을 확보하려는 노조 등 선배사원, 신세대를 상술의 대상으로만 생각하는 기업인 때문이다.

먼저 취업했다는 이유만으로 기득권을 유지하는 것은 신세대에 대한 보이지 않는 폭력이다. 능력이 아니라 선착순으로 후배 신세대와 경쟁하는 것은 우리 사회의 경쟁력만을 해칠 뿐이다

취업하지 못해 방황하고 기생해야 하는 20대, 30대의 미래 세대는 선착순사회에서 희생된 세대이다.

이제 국가를 미래를 끌고 갈 이들 신세대를 따돌림만 할 것이 아니라 이들에게도 공정한 기회를 주는 고통나누기를 모색해야 할 때이다.

허행량·세종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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