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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병원에 돈 세는 기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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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병원에 돈 세는 기계?

입력
2001.04.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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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유치원 어머니 모임에 다녀 온 아내의 얘기다.최근 서울 강남에 피부과를 개업한 남편을 둔 학부형이 있는데, 퇴근 때마다 남편이 현금을 너무 많이 가져와 돈 세는 기계를 구입할 생각이라는 것이다. 순간 한 성형외과 전문의의 말이 떠올랐다.

"요즘 잘 나가는 성형외과와 피부과는 카드는 물론 수표도 잘 안 받아요. 카드나 수표로 결제하면 수입이 노출될 수밖에 없으니까요.

은행 저축도 최소한도로 줄이죠. 개인금고나 은행 내 대형 사설금고에 현금을 쌓아놓는 경우가 많습니다."

전부는 아니겠지만, 상당수 성형외과와 피부과 의사들이 일반인은 상상하기 힘든 고소득자인 것만은 분명하다.

대부분 비보험 시술이다. 그런데도 유명 성형외과나 피부과에서 시술 받으려면 보름 이상 기다리는 게 현실이다.

그런데도 특별세무조사를 앞두고 국세청이 발표한 바에 따르면 성형외과 의사의 절반(49%)이 월평균 소득을 330만 원 이하로 신고했다. 이 액수는 코높이기 수술 두 번 비용이다.

아름다워지고 날씬해지려는 일반의 욕구를 말릴 수는 없다. 의료도 '상품'인 만큼 의사가 돈 되는 곳에 몰리는 것도 당연하다.

피부과, 성형외과가 의대생 지원 1순위라는 것은 비밀도 아니다. 동종업체간 경쟁이 치열하다 보니 미용실 등을 끼고 커미션을 주며 고객을 유인하고, 할인시술권을 배포하고, 허위과장 광고를 하는 성형외과와 피부과 등도 적지 않다.

이는 의료사고와 불필요한 마구잡이 시술로 이어질 우려가 높다.

의료행위란 의사와 환자간 신뢰가 기본이다. 병원이 시장이 되고, 의사가 '돈을 세는 기계'를 꿈꾼다면 어찌 생명을 맡기겠는가.

고재학 생활과학부 기자 goindo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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