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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범 포돌이가 병마에 질수없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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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범 포돌이가 병마에 질수없죠"

입력
2001.04.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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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9개월간 236명의 강ㆍ절도범을 잡아 5차례의 표창을 수상한 '베스트 캅'. 누구도 거들떠보지 않는 길잃은 치매 할머니를 물어물어 집을 찾아 데려다 줄 정도로 궂은 일을 마다하지 않고 솔선수범하는 '순둥이'..1997년 7월 경찰에 입문한 서울 북부경찰서 수유3파출소 소속 장기원(28) 순경에 대한 주위의 평가다. 민생치안의 최일선에서 '모범 포돌이'로 통했던 장 순경이 파출소 근무를 하며 격무에 시달리다 쓰러졌다.

27일 오전 서울대병원 8층 입원실. 신부전증으로 4개월째 투병 중인 장 순경의 병상 옆에 선 아버지 장성봉(51)씨는 "내 신장을 이식하면 치료가 가능하다고 하니 얼마나 감사한 일이냐"며 연신 아들의 볼을 만졌다. "깨끗한 신장 주려고 30년 벗이던 술, 담배도 잊었습니다."

하지만 장씨가 30년 막노동으로 모은 재산이라곤 네식구가 사는 보증금 1,000만원에 월세 10만원짜리 12평 지하 사글세방이 전부. 여기에 하루 4차례의 복막투석비용과 3,000만원이 넘는 수술비를 생각하면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다.

설상가상으로 다니던 아파트 경비일마저 아들 병간호를 위해 그만뒀다.

북부서(서장 송민호)는 이날 직원 643명이 모은 750여만원을 장씨 부자에게 전달했다. 수술비와 치료비엔 턱없이 모자라지만 장 순경의 쾌유를 비는 마음이 가득 담겨 있었다. 수유3파출소 김형선 김형선(40) 소장은 "빨리 나아서 포돌이 주제가처럼 '부르면 언제라도 달려와 주는' 장 순경이 돼달라"고 부탁했다.

"완쾌되면 당연히 다시 돌아가야죠." 병상에서도 남을 생각하는 아들 녀석이 못내 못마땅한 듯 아버지는 한마디 불쑥 던졌다. "네 놈 때문에 애비 몸에 칼대게 생겼는데 마음 편하게 남 생각이냐. 어서 낫기나 해라."

고찬유기자

jutd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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