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9년 4월28일 프랑스 제5공화국의 초대 대통령 샤를 드골이 사임했다. 이 날 그가 제안한 지방자치제 개혁과 상원의 개혁을 놓고 실시된 국민투표에서 프랑스 국민의 52.42%는 반대 의사를 표했다.그렇다고 해서 드골이 대통령직에서 물러나야 하는 것은 아니었다. 65년에 재선된 그가 72년까지 엘리제궁에 살 수 있는 권리를 프랑스 헌법은 보장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 달 10일, 드골은 한 텔레비전 인터뷰에서 자신이 제안한 두 개혁안을 프랑스 국민이 거부한다면 대통령직을 사임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었다. 그는 그 약속을 지켰다.
드골이 사임하자 헌법에 따라 상원의장 알랭 포에가 대통령 권한 대행을 맡았고, 그 해 6월16일 조르주 퐁피두가 제5공화국의 두번째 대통령으로 선출됐다.
드골은 20세기 프랑스 국가를 상징하는 인물이다. 프랑스 역사에서 '내가 곧 국가다'라는 말에 부합하는 정치인이 있다면, 한 사람은 그 말을 발설한 루이14세이고, 또 한 사람은 드골일 것이다.
제1차 세계대전때는 일선의 장교로서, 제2차 세계대전때는 레지스탕스의 총지휘자로서, 해방된 조국에서는 정부와 국가의 수반으로서, 드골은 평생 자신의 삶을 조국과 일치시켜 왔다. 그는 '위대한 프랑스'를 내걸고 미국의 패권주의에 맞섰고, 캐나다에서는 퀘벡의 독립을 부추겨 국제적 비난을 받기도 했다.
68년 5월 사태 때 그의 권력은 기우뚱거렸지만, 그 해 6월 총선에서 국민은 다시 그를 지지했다. 그러나 그 이듬해의 국민투표에서 프랑스인의 과반수는 그에게 등을 돌렸다.드골은 프랑스 지식인들이 싫어했던 우익 정치인이었고 분명히 어느 정도는 독재자였지만, 이제 프랑스의 좌파나 민주주의자들로부터도 존중 받고 있다. 그의 '회고록'은 문학적으로도 뛰어나다.
고종석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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