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대신 결승에서 중국을 꺾어주렴." 남한선수들은 이렇게 당부했다.북한이 27일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제46회 세계탁구선수권대회 준결승에서 3시간이 넘는 접전 끝에 남한을 3_1로 꺾고 결승에 진출했다.
한국은 98년 방콕아시안게임 이후 3년만에 이뤄진 남북대결의 패배로 북한에 6연패(連敗)했다. 역대전적은 18전8승10패로 남한의 열세. 한국남자는 이날 프랑스를 3_2로 꺾고 4강에 진출, 동메달을 확보했다.
북한은 일본을 3_0으로 완파한 세계최강 중국과 28일 결승에서 맞붙는다.
남북선수단은 이날 공동응원단의 응원을 받으며 경기를 펼쳤다. 응원의 함성 속에는 남과 북은 없었고 오직 코리아만 있었다.
민단과 조총련응원단 300여명은 태극기와 인공기를 접어두고 코리아기를 흔들었다. 응원단은 '우리의 소원' '고향의 봄'을 합창하며 동포애를 과시했다. 경기가 끝난 후 선수들은 나란히 응원단에게 인사를 했다.
남한의 1번 김무교(세계랭킹 17위)는 김향미(68위)에게 1세트를 내줬지만 내리 2세트를 따내 2_1로 승리했다.
하지만 나머지 3경기는 모두 북한의 승리였다. 두번째 경기는 남북 에이스 대결. 류지혜(세계랭킹 8위)와 현 세계랭킹은 19위이지만 북한 코칭스태프가 "5위권"이라고 자평하는 김현희가 맞섰다.
결과는 2_0 김현희의 완승이었다. 이어 남한 이은실(27위)은 두정실(76위)에 1_2로, 상승세를 타고 있는 김무교도 김현희에 0-2로 패했다.
한편 남자탁구의 4강 진출은 오상은(랭킹 26위)의 힘이 컸다. 에이스 김택수(9위)가 2패를 당해 위기에 빠진 가운데 오상은이 2승을 거두며 한국을 구해냈다.
한국 남자팀은 28일 중국과 준결승에서 격돌, 사상 첫 결승진출을 넘본다.
오사카=김정호기자 azure@hk.co.kr
■ "뭉쳤더라면…" 탁구단일팀 무산 아쉬움 '
이렇게 잘하는 데 단일팀이 성사됐더라면..' 27일 일본 오사카 주오체육관에서 열린 세계탁구선수권대회 여자단체전 4강전.
결승진출과 4강 탈락으로 남북의 희비는 엇갈렸다. 그러나 남북은 명승부를 연출, 단일팀 무산에 대한 진한 아쉬움을 동시에 남겼다.
강한 드라이브를 반사적으로 받아내는 남북의 선수들, 구석구석 예리한 드라이브로 서로의 혼을 빼놓은 선수들.
20_20.26_26. 3번째 선수로 나서 1세트에서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접전을 펼친 이은실(남)과 두정실(북). 물오른 기량을 발휘하고 있는 김무교(남)와 한국의 에이스 류지혜를 2_0으로 가볍게 따돌린 김현희(북), 몰라보게 기량이 향상된 김향미(북), 세계랭킹 8위 류지혜.
이들이 하나가 됐더라면 분명 '큰일'을 낼 수 있었을 것이라는 사실을 이날 남북대결은 입증해 보였다.
'반쪽'의 힘으로도 28일 중국과의 결승에서 승리할 수도 있겠지만 남북이 하나가 됐다면 그야말로 무적팀이 됐을 것이라는 평가다.
대회개막전 시간부족과 함께 91년 지바대회 때보다 단일팀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예측했던 북한탁구협회 채라우 서기장.
이날 현장을 지킨 그도 "북과 남의 실력이 서로 만만치 않다"는 말로 단일팀 '시너지 효과'의 가능성을 인정했다.
/오사카=김정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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