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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노항 리스트 확보하라" - 軍검찰 "내주부터 한두명씩 나올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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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노항 리스트 확보하라" - 軍검찰 "내주부터 한두명씩 나올것"

입력
2001.04.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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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노항리스트를 확보하라.' 박노항 원사 수사팀에 내려진 지상특명이다.박 원사에게 검은 손과 돈을 내밀었던 청탁자들의 리스트는 병역비리의 전모를 밝히는 데 있어 핵심. 이를 파악하기 위한 수사팀의 손놀림이 빨라지고 있다.

국방부 검찰단은 박 원사가 27년 경력의 베테랑 군 수사관답게 아무런 증거물을 남겨 놓지 않아 일본 제작사에 보내진 전자수첩에 희망을 걸고 있다. 그러나 전자수첩 복원 가능성은 그다지 크지 않은 상황.

■'청탁자 명단 곧 나올 것'

군 검찰관계자는 "전자수첩에 큰 기대는 하지 않는다"며 "박 원사의 자백과 기존 수사자료를 꼼꼼히 챙기다 보면 다음주부터는 한두 명씩 (청탁자의)명단이 나올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현재 박 원사가 개입한 것으로 알려진 병역비리는 대략 100여건. 군검 합동수사반이 박 원사의 혐의를 밝혀내 어느 정도 수사를 진행했지만 박 원사의 도피로 마무리하지 못한 것들이 대부분이다.

이 가운데에는 지난해 2월 시민단체인 반부패국민연대가 검찰에 제출한 병역비리 의혹자들도 다수 연관돼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제보 명단에는 현역 국회의원 21명 등 정치인 54명을 비롯, 재계와 학계 등의 유력인사가 상당수 포함돼 있었다.

수사팀은 박 원사가 검거됨에 따라 그의 자백이나 수사진척 상황에 따라 군검합동수사반의 과거 수사에서 면죄부를 받았던 상당수 정치인과 재계 인사 등이 '박노항리스트'에 줄줄이 걸려들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군검합동수사반은 1998년 수사에서 병역비리 관련자 327명(181건)을 적발, 이중 168명을 기소하고 17명을 수배했지만 유력인사로는 몇몇 대기업 임원과 불구속 기소된 국회의원 1명 정도에 불과했다.

■'원용수 리스트'도 관건

'박노항리스트'는 98년 병역비리 수사때 구속된 '원용수리스트'에 밑그림이 그려질 가능성도 크다. 당시 원 준위의 수첩에 434명의 병역관련 청탁자 이름이 적혀 있었고 이 인사들의 상당수가 박 원사의 손을 거친 것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

'원용수리스트' 가운데 금품수수 혐의가 확인된 사람은 138명. 상당수의 전ㆍ현직 군 고위인사와 장교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진 나머지 '청탁 혐의자' 가운데는 원 준위와 친분이 두터웠던 박 원사와 연관을 맺었을 가능성이 크다.

군 검찰은 이에 따라 98년 당시 수사기록과 원 준위리스트에 대한 정밀 분석작업에 들어가는 한편 필요한 경우 구속 수감 중인 원 준위와 박 원사를 대질신문한다는 방침이다.

황양준기자

naigero@hk.co.kr

■朴원사 軍영창아닌 민간구치소 수감

박노항 원사 검거 이후 병역비리 수사가 본격화하면서 군 수사기관 간에 묘한 기류가 형성되고 있다.

사건을 담당하고 있는 군검찰은 27일 박 원사를 영등포구치소에 구속 수감시켜 다른 군수사기관의 접촉을 '원천봉쇄'했다. 이에 맞서 기무ㆍ헌병 등 다른 군수사기관들은 "수사보안은 이해하지만 타 기관을 못믿겠다는 태도는 지나치다"며 불만스런 표정을 감추지 않고 있다.

박 원사는 아직 현역 군인인 만큼 국방부내 헌병부대 영창에 수감시키는 것이 원칙이다. 현역 군인의 민간구치소 수감은 전례가 없는 일. 군검찰 관계자는 "현역 군인이지만 군 영창에 수감할 경우 불필요한 오해를 살 수 있고 서부지청에 설치되는 군검 공동수사반의 수사 효율을 위해 민간 구치소에 수감시켰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군검찰의 행보를 놓고 '불미스런 사태'를 사전차단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시각이 적지 않다.

1999년 5월 기무ㆍ헌병 부대원들의 병역비리 연루 혐의가 포착되자 군검찰은 수사에 참여하고 있던 기무ㆍ헌병부대 수사요원들을 모두 원대 복귀시켰고, 전ㆍ현직 기무ㆍ헌병 부대원 10명은 구속ㆍ징계조치됐다. 이 와중에 박 원사는 도피 초기 헌병 동료들을 만난 사실이 확인되고 있다.

군검찰은 이 같은 '좋지 않은 전례' 때문에 박 원사를 군 영창에 수감할 경우 그가 외부 비호세력과 줄을 댈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판단했을 가능성이 있다.

또 기무ㆍ헌병 부대 관계자들이 박 원사와의 접촉을 시도하거나 병역비리 수사 상황 등을 포착하는 상황도 배제할 수 없어 '외부 영치'를 택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에 대해 군의 한 관계자는 "과거 사건 때문에 조직 전체가 박 원사의 공범인 것처럼 비쳐지는 데 대해서는 같은 수사기관으로서 자존심 상하는 일"이라며 불쾌한 심정을 드러냈다.

기무ㆍ헌병 부대측은 병역비리 수사에 접근할 수 없자 매일 기자들을 상대로 이뤄지는 군검찰의 수사 브리핑 장소에 부대원들을 보내 수사상황을 메모, 보고토록 하고 있다.

황상진기자

apri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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