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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만요] (99)過恭非禮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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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만요] (99)過恭非禮

입력
2001.04.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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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시방석에 앉은 기분이었어요."유망 벤처업체에 근무하는 서모(28ㆍ서울 강남구 논현동)씨는 최근 식은 땀까지 흘리며 술을 마셨던 경험담을 털어놨다. 바로 자신이 맡은 프로젝트를 상담하기 위해 거래업체가 주선한 술자리에서였다.

"처음엔 불혹을 넘긴 업체 사장이 손수 술집 앞에 마중나와 외투까지 받아주는 배려가 고마웠어요. 하지만 삼촌뻘되는 분이 옆에 시종처럼 앉아 저를 '선생님'이라고 부르며 지나치게 예를 갖추는 바람에 중요한 업무 이야기는 아예 꺼내지도 못했습니다." 결국 서씨는 다음 약속도 잡지 못하고 부랴부랴 자리를 빠져나왔다.

회사원 김모(30ㆍ서울 강동구 천호동)씨도 "업무 때문에 만난 사람이 일 얘기는 뒷전인 채 부담스러울 정도로 예의만 차리면 저의가 의심스러워진다"고 비슷한 말을 했다.

절제된 공손함과 작은 배려는 삭막한 사회생활의 윤활유가 되지만 눈에 띄게 과장된 예의는 오히려 상대에게 불편만 안겨준다. 좋은 의도가 오히려 역효과를 일으키는 셈이다.

상대를 감동시키는 것은 잘 꾸며진 몸놀림이 아니라 무엇보다 진실한 마음가짐이다.

최근 새롭게 회자되고 있는 공자(孔子) 또한 일찍이 '과공비례(過恭非禮)'라 하지 않았던가.

고찬유기자

jutd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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