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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 고이즈미 내각과 韓日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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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 고이즈미 내각과 韓日관계

입력
2001.04.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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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고이즈미 내각이 26일 발족하였다. 이번 내각이 일본의 위기적 상황을 극복할 수 있는 구원투수가 되어 자민당 정치를 구원할 수 있을지, 아니면 뇌사상태에 빠진 자민당의 정치생명을 연장하는 장치에 불과할 지는 7월의 참의원 선거에서 일본 유권자들이 1차적으로 판단할 것이다.우익 역사 교과서 문제와 황국사관을 우려하는 우리에게는 일본정치의 보수적 견해를 대변하는 고이즈미가 결코 좋은 인상은 아니다.

그러나 일본 국내에서는 정치개혁을 주도하고 참신한 정치 물결을 대변하는 정치인이라는 이미지를 갖고 있다.

고이즈미는 자민당 체질개선과 파벌정치의 청산을 약속하여 자민당 총재의 예비선거에서 지방당원의 압도적인 지지를 얻었다.

자민당 지방당원의 의사표시는 10년 이상 지속되고 있는 경제불황을 극복하는데 무기력하며, 국민이 기대하는 새로운 정치적 패러다임과는 동떨어진 정치로 일관하는 자민당 파벌정치에 대한 불만을 대변한 것이다.

모리 전 총리는 자질에 대한 탄식과 정치적 무력감을 국민들에게 불러일으켰으며 여론으로부터는 조롱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그러한 인물을 총리로 탄생시킨 파벌 보스들의 정치적 판단에 대한 불신이 컸기 때문에 총재선출에서 지방당원에 의한 예비선거를 도입하고 당원 표를 3배로 늘리게 된 것이다.

신내각이 기대에 부응한 개혁으로 국민적 지지를 회복하려면 여러 난관을 통과해야 하는데 결론부터 말하자면 쉽지 않을 것이다.

우선 파벌 정치의 타파는 현실적으로 매우 어렵다. 1955년 창당 이래 파벌타파는 누구도 거역할 수 없는 구호였지만 자민당은 역사적으로 파벌의 연합체로서 존재하였으며 파벌은 자민당 그 자체이다.

총재 선거 유세 직전 파벌 이탈을 선언하였던 고이즈미 자신이 모리 파벌의 대표로서 모리 내각의 3차례 불신임안을 국회에서 부결시키는데 앞장섰었다.

이번 선거전의 승리도 정치적으로 비슷한 노선을 표방하는 옛 나카소네 파벌과 옛 후쿠다 파벌간 연합이 만들어져, 자민당 주류를 형성한 옛 다나카 파벌의 포위에 성공하였기 때문에 가능했던 측면이 있다.

경제불황의 극복에서도, 막대한 재정적자를 불러오는 공공사업 확대에 의한 경기부양책 이외에는 이미 정치적으로 실패하였으며 정책결과에 대한 일반 국민의 정치적 불만을 설득하기 어렵다.

즉, 균형재정을 목표로 하는 소비세율 인상 정책은 일반 소비자의 소비활동 위축을 야기하여 98년 참의원 선거에서 자민당이 참패한 중요한 원인이었다.

또한 경쟁력 없는 금융시스템의 개혁을 포함한 경제구조 개혁정책을 실시하지 않고는 근본적인 경기회복을 추진할 수 없다.

그러나 이러한 정책을 시행하려면 대규모 실업을 감수해야 하나 국민 지지도의 변동이 정권교체로 수시로 연결되는 일본의 정치적 상황에서 실제로 시행하기에는 너무나 부담이 크다.

보수층의 정치적 지지를 확보하기 위해 총재 선거 중 주장하였던 야스쿠니 신사 참배, 집단적 자위권의 헌법 해석 변경, 헌법 개정의 적극적 검토 등은 주변국으로부터의 반발과 동시에 연립정권의 파트너인 공명당으로부터 이미 반발을 사고 있다.

고이즈미 내각의 이 같은 보수적 경향 때문에 향후 한일관계에 대해 우려를 많이 하고 있지만 양국 관계의 복합적인 특성과 앞서 언급한 내각기반의 불안정성으로 인해 가시적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이러한 자민당의 진퇴양난적 상황은 그대로 일본 정치의 총체적 위기로 연결되고 있다. 그러나 최근 선거에서 일본 유권자들은 야당을 선택하기보다는 무당파층을 지지함으로써 정당정치에 대한 전반적인 불신을 표현하고 있다.

이런 의미에서 일본 정치의 과제는 수평적 정권교체가 가능한 정당을 탄생시키는 것일 지 모른다.

김호섭·중앙대 국제관계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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