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인권위원회(UNHRC)가 사형제도에 대한 '모라토리엄'을 선언했다.UNHRC은 25일 스위스 제네바 총회에서 세계 각국이 사형제도를 완전 폐지하기 전까지 사형을 일시 정지토록 촉구하는 결의안을 채택했다. 이 결의의 법적 구속력은 없다. 하지만 지난해 4월 채택된 UNHRC의 '사형축소 권고안'에 비해서는 분명 진일보한 것으로 평가된다.
유럽연합(EU)이 제출해 채택된 결의문은 "궁극적으로 사형제도를 폐지해나간다는 관점에서 모든 나라가 사형제도를 유예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또 범행당시 18세 미만의 미성년자, 임산부와 정신박약자들에 대해 사형을 선고해서는 안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결의문은 53개 회원국 중 27개국이 찬성하고, 반대 18개국, 기권 7개국, 표결불참 1개국으로 통과됐다. EU를 대표한 스웨덴의 요한 몰란더 유엔 대사는 이날 채택에 앞서 가진 제안설명에서 "사형은 인간의 생존권에 위배되는 것이며, 사형 폐지는 인권정책의 근간"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반대표를 던진 국가중 미국 등 4개국도 사형폐지 반대 이유를 분명히했다. 미국은 "국제법은 사형제도를 금지하고 있지 않다"고 반론을 폈으며, 미국이 깡패국가로 규정하고 있는 리비아도 "사형제도는 개별 국가가 결정할 문제"라며 이에 동조했다.
한국도 반대표를 던졌으며, 중국, 일본, 사우디 아라비아, 시리아, 베트남 등도 반대했다.
전세계의 인권단체들은 일제히 환영의 뜻을 밝혔다. 이탈리아 인권단체인 '상트에지디오 공동체'의 마리오 마라지티 대변인은 "사형제도를 개별 국가내의 문제로 돌리는 주장에 일침을 가했다"고 기쁨을 표시했다.
국제사면위원회(앰네스티 인터내셔널)에 따르면 현재 108개국이 사형제도를 완전 폐지했고, 87개국이 존속시키고 있다. 사형집행의 80%는 미국, 중국, 이란, 콩고 등에서 행해지고 있으며, 특히 사형제도를 강력 옹호해온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주지사로 있었던 텍사스주에서는 지난 5년간 무려 150명에 대한 사형이 집행됐다.
최기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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