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실시된 지방자치 재ㆍ보궐 선거에서 집권 민주당은 뼈아픈 결과를 맞았다. 지역선거라고는 하지만 최대의 승부처였던 서울 은평구청장 선거에서 패배했고 텃밭인 전북 군산시장 및 임실군수 선거에서도 모두 고전을 면치 못했다.민주당은 텃밭에서의 패배를 새만금사업 계속여부의 불투명성이라는 지역현안 탓으로 돌리고 있으나 어쨌든 7곳의 기초단체장 선거에서 한 군데도 건지지 못했다. 자민련 후보를 연합 공천한 논산시장 선거에서는 승리했으나 연합공천의 위력을 내세우기보다는 전체 선거의 참패를 자인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 같은 선거결과는 대우 노조원 폭력진압 사태, 건강보험 재정위기, 현대그룹 부실사태 등 잇달아 터진 악재로 악화된 민심이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 결과적으로 악재들을 수습하는 여권의 위기 대처방식에도 의문부호가 찍힐 수밖에 없고 향후 국정운영에도 큰 부담을 안게 됐다.
민주당이 김중권(金重權) 대표 등장 이후 모양새를 갖춰가는 듯 했던 당 체제정비와 관련해서도 설득력이 떨어지게 돼 전체적으로 여권의 위기가 확대 재생산될 가능성마저 생겼다.
일부에서는 경제회생 등 현안을 챙기기보다는 조기 대권경쟁에 뛰어든 차기 주자그룹의 책임문제도 거론되기 시작하는 분위기다.
재ㆍ보선 결과에 따라 희비가 엇갈리는 여야의 분위기는 각 당의 공식ㆍ비공식 반응에 잘 드러나 있다. 26일 밤 개표결과를 지켜 보던 한나라당 지도부는 "이미 민심은 현 정권을 버렸고 표심을 통해 분노를 그대로 표출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나라당 권철현(權哲賢) 대변인은 별도 성명을 통해 "민주당이 텃밭에서도 고전한 것은 강한 여당, 강한 정권, 3당 야합, 오기정치 때문으로 스스로 자초한 화"라면서 공세의 수위를 높였다. 반면 민주당 전용학(田溶鶴) 대변인은 선거결과 관련 논평을 통해 "국민의 뜻을 겸허히 받아 들인다"며 패배를 인정했다.
전 대변인은 그러나 "지나친 중앙정치 개입으로 선거가 공정하고 깨끗하게 치러지지 못해 유감"이라며 선거공정성 문제와 함께 일부지역의 지역정서 촉발을 지적하기도 했다.
고태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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