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大舶):①바다에서 쓰는 큰 배 ②큰 물건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새정의:한꺼번에 큰 돈을 버는 것
●용례: 영화 '친구'가 대박이라며.
사회에서 어떤 문화의 영향이 압도적일 때 그 영역에서만 쓰이던 용어가 일상어로 변모하는 경우는 흔하다.
30년 넘게 한국사회를 지배한 군사독재의 영향으로 '전투'나 '민간인' '군기' '짬밥' 같은 군대용어가 일상어로 자리잡았다. 근래에는 인터넷문화의 영향으로 '쪽지'나 '허걱'처럼 인터넷과 관련된 용어나 '386세대'처럼 컴퓨터에서 따온 말이 많아지고 있다.
인터넷과 더불어 우리 의식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것이 주식열풍이다. 지금은 많이 줄었지만 1999년 통계에 따르면 일반 가정의 30%정도가 하고 목돈이 생기면 60%이상이 하고 싶어한다는 주식투자는 언어생활에도 많은 영향을 미쳤다.
'상종가'나 '하한가' '기대주' 같은 말은 일상어가 됐다.
'큰 배'라는 의미이며 비유적으로 '큰 물건'을 뜻하던 '대박'도 주식투자에서 한꺼번에 큰 돈을 벌었을 때 주로 사용된다. 처음에 이 말은 도박판에서 쓰이기 시작했다가 도박판과 속성이 비슷한 주식시장으로 넘어오게 됐다.
리젠트증권의 이창석대리는 "특히 우리의 주식문화가 투자라기보다는 투기에 가깝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제는 증권사 객장을 넘어 아무 곳에서나 다 쓰인다. 복권에 당첨돼도 대박이고 벤처기업이 성공을 거둬도 대박이다. 영화나 음반이 성공을 해도 대박이고 바겐세일을 해도 '왕대박큰잔치'라고 한다.
또 회원을 모집하는 카드사나 이동전화사들의 거리홍보활동을 보면 하나 같이 '가입하시면 엄청난 대박이 쏟아진다'고 쓰여져 있다.
경희대 서정범 명예교수는 대박이라는 말이 이렇게 널리 쓰이는 이유를 "우리 사회의 요행주의와 결과주의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대박' 뒤에는 늘 꼬리표처럼 '터지다'는 말이 따라 붙듯이 '대박'은 결코 노력으로 성취되는 것이 아니라 운으로 얻어지는 것이고, 일단 대박이 터지면 그 과정이야 어찌 됐건 무시할 수 없다는 심리의 표현이라는 것이다.
앞 날을 예측하면서 게임의 룰을 지켜서는 부(富)을 이룰 수 없다는 사람들의 절망이 너도나도 '대박'의 꿈을 꾸게 한다.
지금 한국인들이 쓰는 새로운 말을 '21세기 문화어사전'이 알려드립니다. 새로운 문화어를 알고 싶거나 소개하고 싶으신 분은 한국일보 여론독자부로 연락을 주십시오. 전화 (02)722-3124 팩스 (02)739-8198
김기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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