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만주의에 대한 가장 빼어난 연구서로 불리는 알베르 베갱의 '낭만적 영혼과 꿈'(이상해 옮김)이 나왔다.그간 뭇 학자와 작가들에 의해 무수히 회자됐지만, 영어나 독일어는 물론 일본어로도 번역되지 않았던 것이다.
1936년 프랑스어로 쓰여진 뒤 65년 만에 외국어 중 처음으로 한국어로 옮겨졌다.
낭만주의는 18세기 말부터 19세기 중엽까지 문학과 음악, 미술 등 문화 전 분야를 풍미했던 사고의 조류였다.
낭만주의자의 수많은 업적 가운데서도 가장 빛나는 것이 '꿈의 가치'에 대한 재발견이다. 이전까지의 꿈은 예술 작품의 기술적인 소재나 단순한 장식 정도로 여겼던 것.
낭만주의자들은 그러나 꿈을 미적인 영감의 근원으로 사용함으로써 현대 미학의 초석을 다졌다.
'빛의 세기'라는 계몽의 시대 다음으로 출현한 낭만주의는 전시대와는 극단적으로 반대되는 '밤의 세기'로 불렸다.
잠을 자고, 꿈을 꾸며, 상상력을 발휘할 수 있는 시간은 모두 밤에 이뤄지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이 '밤의 세기'를 통해 꿈의 미학을 만들어낸 사람들은 노발리스와 호프만 같은 독일 낭만주의 작가들과 보들레르, 랭보 등 프랑스 상징주의 시인이었다.
제네바 학파의 대표적인 문학비평가인 베갱은 "낭만주의에 대해서는 낭만적으로 밖에 말할 수 없다"고 말했다. 작품 해설을 위한 체계적인 분석틀을 제공하지는 않겠다는 뜻이다.
대신 유려한 문체를 길잡이로 삼아 작가들의 '꿈꾸는 세계'로 인도하면서 함께 호흡하고 공감할 수 있도록 했다.
김지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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