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나라나 국립묘지가 있다. 나라를 위해 싸우다 숨진 사람들을 한 곳에 묻고 영령을 받드는 것은 나라의 도리다.그런데 일본만은 그것이 없다. 굳이 비슷한 것이 있다면 야스쿠니(靖國) 신사다. 도쿄 한가운데 구단이란 곳에 있는 이 신사는 신도의 나라 일본에 있는 8만여 개 신사의 하나에 불과하다.
그러나 메이지 유신 이래 일본의 전몰자 264만여명의 신령을 모시고 있어 정치인들의 공식참배 문제로 언제나 시끄러운 뉴스를 생산한다.
■정치인의 이 신사 참배는 정치와 종교의 분리를 규정한 일본헌법 위반이다. 헌법 제20조는 국가 또는 기관의 종교적 활동을 금지하고 있기 때문에 총리나 장관 국회의원 등이 이 곳에 참배할 때마다 공인으로서 인가, 개인 신분으로서 인가를 따지는 것이다.
일본의 패전일인 8월15일이면 일본 기자들이 언제나 참배자에게 그 질문을 한다. 해외 언론이 이 문제에 관심을 갖는 것도 참배 정치인 수를 일본 우경화의 바로미터로 보기 때문이다.
■메이지 천황 지시로 건립된 이 신사는 패전 직전까지 국립묘지 역할을 하는 국영신사로서, 천황숭배와 군국주의 이념 전파의 메카였다.
패전 후 맥아더 군정에 의해 일반신사로 격하되었지만, 보수 우익 인사들의 마음의 고향이기는 마찬가지다.
경내에 '일본육군의 아버지' 오무라 마스지로와 가미가제 돌격대원 동상, 군인칙유 비석 등 군국주의 시대 기념물들과 전쟁박물관이 있고, 도조 히데키 등 태평양 전쟁 전범 14명의 위패도 모셔져 있다.
■1984년 나카소네 야스히로 총리가 총리로서 최초로 공식참배를 하자 일본열도가 들끓었다.
한국과 중국 등 외국 언론이 군국주의 부활이라고 일제히 들고 일어나자 그는 슬그머니 공식참배를 중단했다.
럭비공 같던 모리 요시로 총리도 공식참배 의욕을 실현하지 못했는데, 개혁파라는 전후세대 새 총리가 공식참배 집념을 꺾지 않고 있다.
우리는 일본헌법 위반 여부에는 관심이 없다. 다만 지나간 시대를 그리워하는 듯한 행위가 자칫 과거의 잘못을 정당화하려는 모습으로 비춰지는 데 문제가 있다.
/문창재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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