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들은 경기후 좋든 나쁘든 상대 감독에 대한 언급을 거의 하지 않는다. 25일 이집트 4개국 대회서 한국에 패한 이란의 미로슬라프 블라체비치(크로아티아) 감독이 "(한국팀에서) 가장 잘한 선수는 히딩크"라고 말한 것은 비록 조크로 돌린다손 치더라도 좀 이례적이다.그러나 이 점이 한 때 한국감독 후보로 물망에 올랐던 블라체비치를 가장 잘 나타내주는 매력이라는 생각도 든다. 그의 말은 기자들에게 한국팀을 맡아 고생하는 히딩크 감독에 대해 신뢰를 당부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기 때문이다.
크로아티아를 98년 월드컵서 일약 3위에 올려 놓은 명장 블라체비치를 한 국내 축구인이 만나 성공비결을 물었더니 이렇게 대답했다고 한다. "크로아티아는 가난한 나라여서 해외파 선수(주전 22명중 14명이 유럽 명문팀에서 뛰었다)들을 불러 모아 장시간 훈련할 수가 없었어요. 내가 직접 외국을 돌며 선수들을 파악하는 수 밖에 없었지요.
선수들을 만날 때는 조그만 사생활까지 모든 자료를 모으고 분석한 뒤 면담했습니다.
선수들은 어떻게 나를 그렇게 잘 알고 있냐며 최선을 다짐하곤 했지요."
크로아티아 대표팀의 소집기간은 월드컵 예선기간을 포함, 12주에 불과했다. 그럼에도 그가 좋은 성적을 낸 것은 바로 선수파악이 정확했기 때문이다. 월드컵때 경기에 뛴 선수는 크로아티아 대표 22명중 불과 14명이었다는 점도 그가 조기에 주전을 확정짓고 일찌감치 전술적 완성도를 위해 노력했다는 사실을 말해준다.
그러나 블라체비치보다 명성이 높은 우리의 히딩크 감독은 경기내용을 볼 때 아직 선수 파악도 제대로 못 끝낸 것 같아 안타깝다. 한국대표팀을 맡은 뒤 그는 절반에 가까운 시간을 네덜란드에서 보냈다. 축구협회에 "혹시 히딩크 감독이 자신이 못 본 프로경기에 대한 비디오 자료를 요청한 일이 있냐"고 물었더니 "처음 요청한 대표팀 테이프 몇 개 외에는 전혀 없었다"고 한다.
물론 히딩크 감독이 명장이고, 팀 장악력과 지도력은 인정한다. 그러나 5주간의 합숙훈련에도 대표팀의 변화된 모습을 찾아보기 힘든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선수파악을 위해 노력하는 히딩크 감독의 모습이 보고 싶다.
유승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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