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노항 원사는 병역비리의 거의 모든 수법을 개발, 전수해왔다.한 수사 관계자가 "박 원사의 수법이 하나의 전형으로 자리잡은 사실을 다른 병역비리 사건 수사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고 털어놓을 만큼 그의 수법은 시대를 앞서갔다는 평이다.
박 원사의 수법 중 가장 대표적이고 기업화한 것은 CT필름 바꿔치기로 이 수법은 지난해 착수한 3차 병역비리 합동수사 때에야 세상에 드러났다.
박 원사는 수도통합병원 근무시절 군의관으로 사귀어둔 서울 신화병원장 이모(46)씨 등과 공모, 1997년 9~12월 건강한 병역의무자 10여명의 척추 CT촬영 필름과 면제자의 필름을 바꿔치기해 허위진단서를 만들고 '면제부'를 줬다.
박 원사는 외과는 물론 내과, 안과, 피부과 등을 망라한 종합병원식 면제진단 수법을 사용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신체검사 전날 간장을 한 되 이상 마시고 고혈압으로 위장하거나 ▲ 소변에 알부민을 넣어 신장질환이 있는 것처럼 위장하기도 했으며 ▲항문에 약물을 넣어 그 부위를 썩도록 만들어 중증의 치질을 유발하는 수법까지 동원됐다.
이와 함께 ▲ 눈에 약물을 넣은 뒤 면봉으로 문질러 각막혼탁이나 백내장이 오게 하는 방법 ▲ 금속으로 피부를 긁은 뒤 피부염으로 판정받는 방법 ▲ 신병훈련소에서 사전 약속한 군의관에게 신경쇠약을 호소해 현역 근무를 빠져나오는 방법 등도 있었다.
수사 관계자는 박 원사의 수법에 대해 "일단 군의관과의 확실한 공모를 전제로 가능한 측면이 있지만 스스로 병역비리를 주도하며 연구해낸 결과물"이라고 설명했다.
손석민기자
hermes@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