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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 / 아방강역고

입력
2001.04.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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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용이 살펴보건대, 해성은 고구려의 사비성으로 지금의 의주에서 600여리나 떨어져 있는데, 어떻게 낙랑 위도에 소속될 수 있겠는가. 또한 잘못이다.' 그의 서술은 한치의 삐끗거림도 용납 않는다.실학자 다산 정약용(茶山 丁若鏞)이 유배 생활의 분루를 삼키며 1833년 완성한 12권 4책의 역사지리서 '아방강역고(我邦疆域考)'가 처음으로 완역됐다. 다산 실학의 정수가 정치한 실증 정신으로 성큼 다가왔다.

고조선, 한사군, 낙랑군, 현도군, 임둔군, 진번군, 대방군, 마한, 진한, 변한, 옥저 예맥, 말갈, 발해, 졸본, 국내성, 환도성, 위례성, 한성 등 한반도 안팎 30개 권역의 고대사와 지리를 총괄한 책이다. 특히 팔도는 따로 떼, '팔도연혁'이란 항목으로 다뤘다.

다산에게 역사란 자신이 보는 과거였다. 매 사건 뒤 조목조목 곁들인 자신의 평문에서 확연히 드러난다.

'약용이 살펴 보건대' 또는 '약용이 이르건대'라며 허두를 떼는 데서 잘 드러난다. 실증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간 그는 때로 '크게 잘못 된 기록이다'는 책망까지 서슴지 않는다.

중화사관을 답습한 김부식에 대한 책망은 준열하기 그지없다. 고구려 유리왕 22년 국내성 천도 사건을 두고 김부식이 '삼국사기'에서 불이성 천도라 한 것은 중국의 사서 '괄지지'를 맹목적으로 답습한 결과라 꾸짖는다.

불이의 옛땅 이름이 함흥이라는 사실까지 무시, 중국의 사서를 추종하는 데 머물렀다는 것이다. 이 대목에 이르러 다산은 '덮어 둘 수 없는 일' 또는 '크게 웃을 일'이라며 태도를 분명히 한다.

다산의 삶은 불우의 연속이었다. '귀양살이 중이라 겨우 얻을 수 있었던 자료는 동이열전 5권뿐이었다'는 발문에는 그를 에워 쌌던 척박한 환경이 그대로 배어 있다. 책을 저술 한 지 3년 뒤인 1836년, 다산은 64년의 생을 마감했다.

말미에는 본문에 나오는 역사 인명 526명과 인용 서책 68종의 제목이 간략한 해설과 함께 곁들여져 있다.

번역자 정해렴 현대실학사 대표는 "삼국사기나 고려사지리지 등에서 빠진 고대사를 아는 데는 더 할 나위 없는 책"이라고 말했다.

장병욱기자

a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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