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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노항원사 검거 / 정.관계 인사들 "나 떨고 있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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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노항원사 검거 / 정.관계 인사들 "나 떨고 있니"

입력
2001.04.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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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역비리의 '몸통'인 박노항 원사가 종적을 감춘지 3년만에 전격 검거됨에 따라 정ㆍ관계 등 사회지도층 인사들이 잔뜩 긴장하고 있다.병무청 파견 근무때 병역면제와 카투사 선발, 보직조정 등 온갖 병역비리를 주도한 박씨가 주로 정ㆍ관계 유력인사 자제들의 병역문제를 도맡아 해결해 온 것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박씨가 직ㆍ간접으로 개입한 것으로 드러난 병역비리 사건은 모두 100여건. 박씨는 특히 8년전부터 병무청과 국군수도병원에 파견 근무하면서 '병역 해결사'로 통해 정ㆍ관계 등 사회지도층 인사들이 이같은 박씨의 '명성'을 듣고 요로를 통해 박씨에게 청탁했을 개연성이 높다는 게 군ㆍ검 합수반의 관측이다.

한 수사관계자는 "지난 2월 끝난 3차 병역비리 수사에서도 뇌물제공자 168명 가운데 한나라당 김태호 의원을 비롯, 대학교수 의사 경찰간부 기업임원 등 사회지도층 인사들이 다수 포함됐다"면서 " 98년12월부터 계속된 병역비리 수사망을 빠져나간 일부 인사들이 박씨의 진술여부에 따라 추가로 밝혀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합수반은 또 군 요직에서 27년간 잔뼈가 굵은 박씨의 비리를 사실상 묵인해주거나 뒤를 봐준 군내부의 비호세력도 상당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박씨가 장기간 범행을 저지르고도 들통나지 않았던 것은 결국 자신이 받은 뇌물 중 상당액을 이들에게 상납했기 때문이 아니냐는 것이다.

이밖에 박씨가 만 3년간 수사당국의 감시망을 피해 도피생활을 해온 점에 비춰 박씨 누나 등 가족외에 박씨에게 도피처와 자금을 제공한 도피지원 세력이 있지 않겠느냐는 것이 합수반의 분석이다.

박씨가 검거될 경우 곤경에 처할 병역비리 청탁자와 군내 비호세력이 결국 도피지원 세력일 가능성이 가장 높은 것은 물론이다.

합수반은 박씨의 도피 및 은신 과정에 적극 개입한 사람들에 대해서는 전원 사법처리키로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정철기자

parkjc@hk.co.kr

■박노항 은신아파트

박씨가 숨어있던 아파트는 33평형으로 보증금 1억원에 지난해 2월28일 전세 계약됐다.

계약을 주선한 부동산중개소 관계자는 "지난해 1월 김모씨라고 밝힌 50대 여자가 찾아와 전세계약을 했다"며 "그 여자가 한달 뒤 잔금을 일시불로 치르면서 빳빳한 현금 9,000만원을 보자기에 싸안고 와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또 입주하던 날 이삿짐이 하나도 없어 이웃들이 이상하게 여기자 문제의 여자는 "대전에서 왔다. 비워둘 집이다"라고 말해 의심을 피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씨는 베테랑 헌병수사관 출신답게 은신 수법도 탁월해 동네 주민 들은 박씨 집이 너무 조용해 빈집으로 착각했을 정도.

바로 옆집에 사는 홍모(33)씨와 아파트 경비원은 "50대 여자가 찬거리를 들고 들어가는 모습을 두번 정도 본 적이 있으며 밤에 가끔 수돗물 나오는 소리 등 인기척이 약간 있었을 뿐"이라며 "박씨가 살고 있는지는 전혀 몰랐다"고 놀라워했다.

박씨 아파트 창유리는 외부의 눈길을 피하고 불빛이 새나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신문지로 모두 가려져 있었다.

강훈기자

hoony@hk.co.kr

최문선기자

moon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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