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그냥 미사리 라이브 카페에서 노래나 하지 그러느냐고 하더군요. 하지만 마냥 그럴 수만은 없잖아요."'포크' 하면 그저 '순진한' 음악이라고 생각할 지도 모르지만, 그 스펙트럼은 매우 다양하다. 김민기 양희은의 저항에서, 한대수의 퇴폐미, 그리고 '트윈 폴리오' '사월과 오월'의 서정까지.
임지훈은 굳이 분류를 하라면 서정적 퇴폐미를 갖춘 포크 가수라고 할까. '사랑의 썰물' '그대도 나처럼 외로운 지' 등을 통해 탁성의 우울한 매력을 한껏 과시했던 가수이다.
그러나 그도 '왕년의 포크 가수'일 뿐이다. 스스로 그렇게 만든 것이 아니라 세상의 조류가 그를 그렇게 만든 것이다.
4년 만에 발표한 7집. 음반을 내는 데는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팬들이 다시 기억해 줄까, 신세대 음악이 아닌데 과연 누가 귀 기울여 줄까.
고민이 많았다. 서른을 넘긴 가수면 누구나 갖고 있는 그런 고민이다. "그래도 꼭 한번 다시 해보고 싶었어요.
겁은 나지만 역시 좋네요."
'아름다운 것들' 이란 타이틀을 건 7집은 재킷이나 음반 제목이 지난해 발표한 U2의 음반을 연상시킨다. "감상적, 서정적인 것은 여전하지요. 하지만 좀 더 대중적이고 세련된 느낌이 더해진 것 같아요"
에어 서플라이, 새비지 가든, 밥 딜런 등 세계적인 아티스트들이 녹음을 했던 호주 벨벳 스튜디오에서 녹음한 그의 새 음반은 더욱 풍부해진 음악적 시도와 연주로 빛을 발한다.
'어느날 잠 깨었어/ 내 인생이 행복한 지 물었어' 로 시작하는 첫 곡 '어느 날'(작사ㆍ작곡 이태윤)부터 만만찮다.
김광석 김현식 등 깊은 슬픔을 간직한 아름다운 탁성의 가수들이 세상을 뜬 지금 가장 주목할 만한 보컬로 임지훈을 떠올릴 만한 곡이다.
원숙한 블루스로 시작해 기타와 드럼의 자유로운 연주가 분위기를 반전시키고, 다시 아련한 기타 연주로 끝을 맺는 '가지마'(작사ㆍ작곡 임지훈)는 격정과 회한이 엇갈리는 사랑을 회상하는듯 긴 여운을 남긴다.
'꿈이어도 사랑할래요'(작사ㆍ작곡 임지훈)는 '사랑의 썰물' 을 기억하는 팬들을 위한 곡이다. 그러나 다이애너 로스의 백보컬로 활동한 아만도와 외국 세션들이 잼 형식으로 연주한 '모두 함께 모여', 샤우트 창법이 독특한 '가지마' 등에서 임지훈의 새로워지려는 노력은 한결 돋보인다. 좋은 음반을 발표한 가수의 어깨는 처지지 않았다.
박은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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