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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IT도시들] (17)美 보스톤<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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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IT도시들] (17)美 보스톤<상>

입력
2001.04.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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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com 연방'보스턴이 속한 미국 매사추세츠주의 새로운 이름이다. 과거 실리콘 밸리와 어깨를 겨룰 때 별칭은 '루트 128'이었다. 하지만 용량이 부족하다 싶었는지 차제에 이름을 업그레이드하고 새 버전을 채택했다. 매사추세츠주와 버지니아주 등 5개 주가 예로부터 'The commonwealth'로 불려온 데 착안한 것이다.

미국 동부를 상하로 잇는 I-95 고속도로는 보스턴 서북쪽을 끼고 도는 외각 순환도로인 '루트 128'과 만난다. 이 교차점을 중심으로 첨단 하이테크 산업 단지가 형성돼 왔다.

하지만 우리처럼 공단·사무실이 다닥다닥 붙어 있는 게 아니라 '오피스 파크'라는 3~4층 건물들이 넉넉한 모습으로 군데군데 눈에 띌 뿐이다.

하지만 우리처럼 공단·사무실이 다닥다닥 붙어 있는 게 아니라 '오피스 파크'라는 3~4층 건물들이 넉넉한 모습으로 군데군데 눈에 띌 뿐이다.

실리콘 밸리에 '밸리'가 없듯이 루트 128에도 이렇다 할 산업기지의 모습은 없다. 하지만 이곳에는 최첨단 두뇌들의 모험정신과 도전, 막대한 자금들이 몰려들면서 새로운 비약을 위한 활기가 넘쳐 나고 있다.

보스턴은 1970~80년대까지만 해도 캘리포니아 주 새너제이의 실리콘 밸리와 더불어 미국 첨단산업의 양대 산맥으로서 전통과 명성을 누려왔다. 하지만 실리콘 밸리를 중심으로 PC산업이 득세하면서 80년대 중반부터 침체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이 지역의 대표적 첨단 기업들인 디지털 이퀴프먼트(DEC)나 왕컴퓨터, 데이터 제너럴 등이 파산하거나 실리콘 밸리의 기업들에 흡수되기도 했다.

1990년대 중반부터는 새로운 도약의 시기를 맞는다.

첨단 산업의 본 고장이었던 이 지역은 하버드나 MIT 등 세계 최고급 두뇌 양성 기관들이 있는데다 실리콘 밸리와 경쟁하기 보다는 산업을 다양화하고 상호 보완적인 부문들을 집중 육성하는 전략을 세웠다.

핵심적인 역할을 한 것이 인터넷과 통신·생명공학등 전문화된 중소 기업형 소프트웨어 산업이었다.

1989년 당시 800개 기업 46,000명의 종업원이 매년 30억 달러의 수입을 올리던 이곳 소프트웨어 산업의 경우 지난해에는 3,000개 기업에 종업원 수 13만 8,000명으로 급증, 매년 107억 달러의 수입을 올리는 등 호황이다.

첨단 아이디어를 상품화, 수익으로 연결시키는 해외판매 활동도 활발하다.

매사추세츠주 기술협회가 캘리포니아와 콜로라도, 미네소타, 뉴저지, 뉴욕, 텍사스 등 첨단기술로 대표되는 다른 6개 주와 비교한 통계에 따르면 이 지역의 종업원 1인 당 수출액은 2만 3,970달러로 6개 주 평균에 비해 무려 3배나 많다.

매사추세츠 항만청의 데이비드 캘러한 대외무역개발국장은 "첨단 신기술이나 상품은 그동안 개척해 놓은 다양한 해외 판매망을 통해 곧바로 수출로 이어진다"면서 "특히 전체 수출품 중 하이테크 상품의 수출비율이 무려 70%에 달해 다른 6개 주 평균(53%)보다 월등히 높다"고 말했다.

보스턴시는 이 같은 수출활성화를 위해 최근 '빅 딕(Big Dig)'이란 대규모 도로공사가 한창이다. 보스턴 도심과 로건 국제공항, 항만을 서로 연결하는 거미줄 같은 구(舊)도로를 모두 지하화해 만성적인 교통체증과 막대한 물류수송의 애로사항를 일거에 해소하려는 야심찬 인프라 구축 사업이다.

수출과 함께 외국 기업들의 진출도 활발해지고 있다. 주정부는 투자유치를 위해 사업지 선정과 창업업무 지원, 금융기관과의 연결, 절세를 위한 상담 등 다양한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주정부의 그레고리 시스크 대외무역국장은 "신규진출 기업들에 대해서는 금융·세제등 모든 면에서 어떤 차별도 없으며 오히려 초기 5년간은 일체 세금을 물리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홍윤오기자 yohong@hk.co.kr

■'리얼 다이렉트.컴' 잭 컬리사장

보스턴은 꿈과 기회의 도시다. 누구나 아이디어와 성실함만 있으면 뜻을 이룰 수 있다.

보스턴 북쪽 팅스보로에 위치한 전자상거래 벤처 회사인 '리얼 다이렉트.컴'의 잭 컬리(48) 사장이 바로 그런 꿈을 이룬 사람이다.

대문에 들어선 뒤에도 차로 한동안 숲속 길을 더 들어가야 하는 넓은 저택과 그 바로 곁에 딸린 사무실, 승마용 애마가 쉬고 있는 마굿간.. 그는 대저택 내에 2층 사무실을 차려놓고 부인이자 부사장인 마고(44)와 함께 컴퓨터 2대로 새로운 전자상거래 사업을 시작했다.

사업내용은 회사 이름이 말해주 듯, 소비자가 '정말로 직접, 가장 싸게'상품을 구입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회사 규모는 보잘 것 없지만 아마존이나 AOL 등 기존의 공룡 전자상거래 업체들과 겨뤄보겠다는 야심을 갖고 있다.

컬리 사장은 "아마존이나 AOL 등 기존 업체들은 제조업체로부터 상품을 구입하는 전통적인 판매형식을 취함으로써 업체와 소비자가 부담을 떠안게 된다"면서 "'리얼 다이렉트'는 공장과 소비자, 대금 지불창구를 모두 인터넷상으로만 연결, 중간 구매단계를 없애 소비자와 공장에게 모두 이익이 되돌아 가도록 했다"고 강조했다.

70만 달러 정도의 초기 투자로 3년 내 수 백억 달러의 순이익을 남기겠다는 게 그의 야심찬 계획이다. 지금까지 경력을 보면 이런 사업 구상이 결코 황당한 꿈이 아니다.

그는 산악용 자전거의 충격을 획기적으로 완화시켜주는 서스펜션 시스템(suspension system: 현가장치)을 개발, 지난해 말부터 온라인으로 판매해 큰 성과를 올렸다.

매사추세츠 칼리지에서 조각을 전공한 그는 대학 시절부터 부업으로 정밀 기계 디자인을 하면서 특허 사무실에서도 일했다. 졸업 후 스포츠용품 회사 디자이너를 거쳐 1988년 젠젠 인터내셔널이란 회사를 설립하기까지 그는 요즘 유행하는'소프트 스파이크'등 스포츠 용품쪽 특허만 무려 35개를 갖고 있다.

컬리 사장은 "벤처 정신은 항상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 것"이라면서 "보스턴은 젊은 두뇌들이 꿈을 마음껏 펼칠 수 있는 모든 여건을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홍윤오기자 yohong@hk.co.kr

■美 동부지역 '밸리群' 형성

미국에는 '밸리'나 '파크'들이 많다. 14~15개에 이르는 이들 산업단지는 주로 서부와 동부에 마치 양대 산맥과 같은 '밸리군(群)'을 형성하고 있다. 미 동부지역에는 보스턴 이외에도 '테크노 밸리'라고 불리는 지역들이 많다.

대표적인 곳이 뉴욕의 '실리콘 앨리'와 노스 캐롤라이나의 '리서치 트라이앵글 파크(RTP)', 메릴랜드의 'B2G(Business to Government)' 단지, 피츠버그의 로봇공학단지 등이다.

뉴욕의 실리콘 앨리의 경우 맨해튼의 인터넷 기업들과 월 스트리트를 중심으로 최근 인터넷 콘텐츠, 광고, 전자출판 등 뉴미디어 관련 산업이 급팽창하고 있다.

현재 1,000여 개의 뉴미디어 관련 기업들에 14~15만 명이 고용돼 있는데, 이중 절반이 화가나 작가, 음악가 등 예술가들이다. 예술과 금융의 도시 뉴욕이 뉴미디어와 접하면서 빚어낸 당연한 결과다.

노스 캐롤라이나의 RTP란 명칭은 이 곳의 삼두 마차인 노스 캐롤라이나대와 듀크대, 노스 캐롤라이나 주립대등 3개 대학에서 유래된 것으로, 이 대학들을 중심으로 미국의 최대 생명공학 단지로 자리매김했다.

현재 미국 전체 생명공학 벤처 기업중 10% 이상의 이 지역에 몰려 있으며 매년 15~20%의 높은 판매액 증가율을 보이며 급성장 하고 있다.

메릴랜드는 B2G 업계를 주도 하고 있으며 연방정부 차원의 대형 연구소들이 밀집해 있는 덕분에 생명공학 분야에서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또 과거 자동차산업의 중심지였던 피츠버그는 그 동안 관련 기술들이 축적되면서 로봇공학 회사들이 몰려들기 시작, 아예 '로보버그(Roboburgh)'란 별칭이 붙었다.

홍윤오기자 yoh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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