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중 봉기로 권좌에서 물러난 조셉 에스트라다(64) 전 필리핀 대통령이 25일 반부패 특별법원의 영장 발부에 따라 체포ㆍ수감됐다. 필리핀 헌정사상 재임 중 불법혐의로 전직 대통령이 투옥되기는 에스트라다가 처음이다. 이번 투옥에는 최고 사형까지 선고 가능하고 보석을 허용하지 않는 공금횡령 혐의가 적용됐다.필리핀 경찰은 이날 산디간바얀 반부패 법원으로부터 영장을 발부받아 마닐라 교외에 있는 에스트라다 자택에서 그를 연행, 마닐라 경찰본부 독방에 수감했다. 이 과정에서 에스트라다는 별다른 저항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16일에도 반부패 특별검사의 지휘를 받아 에스트라다를 위증 및 독직 혐의로 체포했으나 에스트라다는 보석금을 내고 바로 풀려났었다.
이날 투옥에 적용된 혐의는 ▦대통령 직위를 이용한 불법자금(8,000만 달러) 조성 ▦축재를 감추기 위한 가명 사용 ▦공직자 재산ㆍ부채 허위 신고 등이다. 필리핀 정부는 이밖에도 6가지 횡령 혐의를 추가로 조사하고 있다. 법원은 이날 에스트라다와 함께 그의 아들, 사업가 친구, 변호사 등 7명에 대해서도 공범 혐의로 체포영장을 발부했다.
에스트라다는 투옥 직후 CNN방송과 전화 인터뷰에서 자신에 대해 적용된 혐의는 근거가 약하다며 "인권을 조롱하는 사법부의 법 집행을 거부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자신은 여전히 헌법이 보호하는 필리핀 대통령이라는 기존의 주장을 되풀이했다.
이날 체포 과정에서 빈민층을 중심으로 한 에스트라다 지지자들은 에스트라다 자택에 진입하려는 경찰을 막기 위해 돌과 병을 던지며 격렬하게 저항했다. 시민 8,000여명도 마닐라 거리에서 에스트라다 체포에 항의하며 시가 행진했다.
한편 글로리아 아로요 대통령과 필리핀 가톨릭 지도자 하이메 신 추기경 등은 이날 에스트라다 투옥을 일제히 환영했다. 아로요 대통령은 그의 수감이 "부정부패는 이득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었다"며 "에스트라다에 대한 재판은 정치 문제나 계급투쟁이 아니기 때문에 법원이 맡는 것이 적절하다"고 말했다.
김범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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