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D-400, 이제 축제의 무대가 모습을 드러낸다. 28일 울산을 시작으로 대구 수원경기장이 잇달아 준공돼 2002년 월드컵축구대회가 다가오고 있음을 실감케 한다.이들 3개 경기장은 5월30일 개막되는 컨페더레이션스컵(대륙간컵)을 위해 공기를 단축했다. 컨페더레이션스컵은 2002년 월드컵축구대회 공동개최국인 한국과 일본을 비롯, 프랑스 브라질 캐나다 멕시코 카메룬 호주 등 각 대륙 챔피언이 출전하는 프레월드컵이다.
대구 울산 수원의 월드컵 경기장을 개장에 앞서 공개한다. /편집자주
■울산 문수경기장
10개 도시중 가장 먼저 경기장 공사를 마무리했다. 심플한 이미지, 그러나 가장 아름다운 경기장이라는 평을 듣고 있다. 울산시 김선조 월드컵기획과장은 "외형을 화려하게 꾸미다 보면 금방 질리게 된다"며 "문수경기장은 외형보다 내실을 기했다"고 자랑한다.
좌석색깔과 티켓색을 일치시켜 관중이 쉽게 좌석을 찾을 수 있도록 배려했다. 플라스틱 의자에 공기를 불어넣어 안락성도 배려했다. 경기장 내 기둥이 없어 시야도 탁 트인다. 경기장 2,3층의 경사는 30도. 밑으로 내리 쏠리는 듯한 급박한 느낌을 주지만 그만큼 그라운드가 가깝게 느껴진다.
관중석의 87%가 '지붕우산' 아래에 있어 비가 와도 큰 걱정이 없다. 문수경기장의 또 하나의 자랑거리는 아름답게 조성된 호수공원. 공원조경을 위해 전문가를 영입했고 그 결과 10개 도시중 가장 아름다운 주변경관을 갖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대구경기장
종합경기장인 대구 경기장은 컨페더레이션스컵과 2002년 월드컵에 이어 2003년 유니버시아드대회를 차례로 치러낸다. 경기장으로 향하는 간선도로에서부터 한국전통 민가의 부드러운 곡선미를 지닌 대구경기장 지붕이 한 눈에 들어와 발걸음을 재촉하게 한다.
6만8,000여석으로 국내 경기장중 최대규모. 사업비도 2,946억원으로 가장 많이 들었다. 26일 현재 공정률은 약 98%. 마지막 인테리어 작업과 주변도로 정리로 분주하다.
경기장 내 육상트랙을 녹색 인조잔디로 덮어 시각적으로 전용구장 같은 느낌을 선사할 계획. 관중석과 그라운드의 간격이 다소 멀어보이지만 가시거리는 크게 손색이 없다.
대구시는 개장기념 행사로 다음달 22일 오전 시민걷기대회를 비롯, 외국팀 초청경기를 기획하고 있다. 교통의 원할한 소통을 위해 컨페더레이션스컵 개막전이 열리는 5월30일과 예선경기가 있는 6월1일 차량 2부제를 계획하고 있다.
■수원 경기장
경기장 곳곳에는 한국 전통미가 녹아 있다. 전통건축의 이미지를 살린 받침 트러스트와 수원성벽을 떠오르게 하는 화장실 등..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화성'이 있는 역사ㆍ문화 도시의 이미지를 강조하고 있다.
새가 힘차게 날개짓을 하며 날아오르는 모습을 형상화한 메인 지붕도 눈길을 끈다. 스탠드에 색채 그래픽 개념을 도입해 화려한 느낌도 준다.
수원경기장은 지난 2월 공정률이 83%(울산 93%, 대구 91.6%)에 불과했지만 두 달 만에 공사를 마무리하는 '초스피드'를 과시했다. 현재 경기장 외부 정돈이 한창이다. 경기장에서 내다보면 주변경관은 벌판 같은 수준이다. 경기장 주진입로도 여전히 비포장이다.
그러나 수원월드컵추진기획단 관계자는 "외곽공사는 금방 마무리 될 수 있다. 예정대로 공사를 마칠 수 있을 것"이라며 걱정이 없다는 반응이다.
■문제는 없나
98년 월드컵 개최국 프랑스는 생 드니 주경기장을 신축하고 나머지는 기존시설을 보수해 대회를 치렀다. 국제규격에 맞는 전용구장 하나 없던 한국은 10개 경기장 건설에 총 2조원을 투입했다. 당분간 적자보전은 막막한 실정.
울산시 등은 손익분기점을 5~6년 후로 보고 있다. 대륙간컵 개최를 위해 3개 구장의 공기를 단축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월드컵경기장내 휠체어장애인석 설치는 국제축구연맹(FIFA)의 권고사항. 컨페더레이션스컵 때는 휠체어석이 설치되지 않는다. 결국 월드컵을 위해 좌석을 뜯어내야 한다. 장애인석을 '덤'으로 치부하는 개최도시의 인식을 반영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경기장 사후 활용 대책 세워야▼
월드컵조직위 관계자는 "외국에서는 경기장을 마구간으로 사용하고 있다"는 예를 들며 자칫 우리도 사후관리가 엉망이 될 수도 있다고 걱정한다.
경기장마다 수천억원이 투입된 시설이 대회개최후 쓸모가 마땅치 않으면 거대한 '장식품'이 될 수 있다는 것. 경기장 사후 활용은 월드컵 성공만큼이나 중요한 과제다.
사후활용 면에서 울산시는 비교적 느긋하다. 하드웨어(경기장)를 이용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프로축구)가 뒷받침 돼 있어서 그렇다. 반면 수원시는 연고팀(수원삼성)이 있지만 월드컵경기장 사용이 울산처럼 간단치가 않다.
삼성전자가 경기장을 짓다가 IMF 외환위기로 경기도와 수원시에 경기장 건설을 떠넘기면서 손을 뗐기 때문이다.
프로축구 수원삼성이 월드컵경기장을 홈구장으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시민들의 반감을 극복해야 한다. 수원시는 월드컵경기장과 주변공원, 민속촌, 테마공원인 에버랜드를 묶는 관광벨트를 구상하고 있다.
대구는 쇼핑몰 유치를 계획하고 있지만 사업성 미비로 참여업체가 없는 실정이다. 시민구단 창단 계획도 의회에서 제동이 걸려 벽에 부딪친 상태다.
울산ㆍ수원ㆍ대구=김정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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