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럼스펠드. 두 번 째 미국 국방부 장관직을 맡은 그는 요즘 21세기를 주도할 미군을 개편하는 문제로 분주하다.중국 전투기와 미 해군 정찰기 충돌 사건 때도 럼스펠드 장관은 의도적으로 침묵을 지키면서 중국을 예의 주시했다.
앞으로 개편할 군 전략과 체제에서 향후 미국의 주적이 중국이라고 확신하고 있는 그는 1991년부터 마련된 미군의 윈-윈(win-win) 전략을 대폭 수정할 계획이다.
미국이 베트남전에서 패배한 직후인 1975년 사상 최연소(43세) 국방부 장관에 취임한 그는 자존심이 떨어질 대로 떨어진 미군을 개혁, 미국이 소련과의 냉전에서 승리할 수 있는 기반을 닦았다.
우연의 일치일지는 모르지만 그는 또 '포스트 냉전' 시대인 21세기에 걸맞게 또 다시 미군을 새롭게 뜯어 고치는 작업을 맡게 됐다.
미국은 냉전의 적이었던 소련을 계승한 러시아 보다 경제ㆍ군사적으로 급격히 부상하고 있는 중국을 의식해 전략을 수정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러면 미국이 생각하고 있는 효과적인 새 전략과 개편안은 과연 무엇일까. 이에 대한 해답은 19세기말 청(淸)나라를 둘러싼 서구 열강의 외교ㆍ군사 정책에서 찾을 수 있다.
당시 미국 영국 등 서구 열강은 전함을 앞세워 청나라를 제압했다. '포함 외교'로 청나라는 서구 열강에 영토까지 빼앗기는 등 치욕적인 협정을 맺어야 했다.
전함은 이후 20세기 초와 1차 대전까지 위력을 발휘했으나 이후 2차 대전 때는 더 규모가 큰 항공모함이 전함의 자리를 차지했다.
항모에 탑재된 최신예 전투기들이 적국의 영공을 오가며 위력을 과시하기도 했다. 항모가 가장 위력을 발휘한 전쟁은 이라크와의 걸프전이었다.
하지만 이라크는 미국의 엄청난 화력에도 불구, 미사일을 간간히 발사하면서 아직까지 자존심을 유지하고 있다.
이에 착안한 북한 등 이른바 '깡패 국가들'은 앞 다투어 미사일 개발에 착수했다. 이 때부터 미국의 고민이 시작됐다. 덩치 큰 항모는 중ㆍ단거리 미사일에 취약하고 기동력도 떨어지기 때문이다.
미국과 러시아는 그 동안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상호 감시ㆍ견제하는 체제를 유지해왔으나, 중국 등 상당수 국가들이 ICBM을 개발할 수 있는 능력을 보유하는 등 국제 정세는 변화했다.
미국은 국가미사일방어(NMD)체제를 추진할 수 밖에 없게 된 것이다. 해군 조종사 출신인 럼스펠드 장관은 특히 적국들의 본토에 대한 미사일 공격을 NMD로 방어하면서 적국들을 제압하기 위해서는 좀더 가볍고 기동성이 뛰어나고 눈에 보이지 않는(lighter,speedier,stealthier) 무기들이 필요하다고 인식하고 있다.
또 주변국인 일본과 대만의 군사력을 강화, 중국을 견제하려고 하고 있다. 그는 중국의 미사일들이 태평양 주둔 미군을 노리고 있는 상황에서 이 지역 주둔군을 일부 철수, 본토에서 신속 이동이 가능한 기동 부대를 전장에 투입하는 것이 옳다고 보고 있다.
그의 구상은 아시아에서 미군이 가장 많이 주둔하고 있는 한국과 일본이 대상이 될 것이다. 주일 미군이나 주한 미군이 꼭 북한만을 의식해서 주둔하고 있지는 않기 때문이다.
조지 W 부시 대통령과 함께 임기를 마친다면 미국 역사상 최고령(현재 68세) 국방부 장관이 될 럼스펠드는 조만간 입을 열 것이다. 미군이 반세기 동안 주둔하고 있는 우리로서는 그의 입을 예의 주시해야만 할 때다.
이장훈 국제부차장 truth21@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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