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철학자 도올 김용옥씨에 대한 비판이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TV에서도올의 노자ㆍ공자 강의에 대한 형식ㆍ내용의 파격성에 대한 '개그 쇼'라거나 '독단적 해석'이라는 식의 인상비판이 아니라, 그의 기존 저서의 '표절' 의혹이 잇달아 제기되고 있다.서병후씨의 '도올에게 던지는 사자후'(화두 발행)는 도올이 저술한 불교 관련 저서의 표절 의혹을 조목조목 지적하고 있다.
그가 주로 문제 삼는 저서는 '화두, 혜능과 셰익스피어'(1998) '금강경 강해'(1999)이다. 그는 이 저서들의 상당 부분이 중국의 동양학자 존 우가 저술한 '선의 황금시대'(1967)와 영국의 동양학자 R. H.
블리드의 '선과 영문학'(1942)을 그대로 베꼈다고 주장하고 있다.
예를 들어 도올이 '화두.'에서 일본 바쇼의 유명한 하이쿠(俳句) '적막한 옛 못/ 개구리 날라드네/ 물소리 퐁당'을 인용하면서 다시 '만고장공(萬古長空) 일조풍월(一朝風月)'이라는 중국 시구를 통해 선적 깨달음의 순간을 설명하는 대목은 존 우의 저서를 그대로 베꼈다는 것이다.
또 도올이 셰익스피어의 사상을 논한 부분은 블리드의 책을 표절한 것은 물론, 그의 주장을 왜곡하기까지 했다고 비판한다.
서씨는 책 전반부에서 이같은 의혹을 여러 곳 조목조목 대조해 보여준다. 또한 도올이 자기 주장의 많은 부분을 빚지고 있으면서도, 참고문헌 목록이나 각주 어디에서도 블리드의 이름과 저서를 밝히지 않고 "호가호위하고 있다"고 맹비판했다.
존 우의 경우 딱 한번 언급되고 있지만 도올은 오히려 "존 우의 동양학 수준이라는 게 '노자' 한 구절조차 제대로 풀이할 줄 모르는 늙은이"라고 비난했다는 것.
책 후반부는 주로 불교와 불교인을 비하하는 도올의 원색적 발언에 대한 비판이다. 서씨는 방송을 통해 이름이 잘 알려진 팝 컬럼니스트이자 천수경 영역본을 내기도 한 불교 연구가이다.
한편 이기동 성균관대 교수 등은 최근 출간한 '도올 김용옥의 일본 베끼기'(동인서원 발행)에서 공자를 무당의 아들이라고 본 도올의 해석이 일본 학자 시라카와 시즈카의 주장을 표절한 것이라고 공박했다.
그러나 도올은 '도올 논어'에서 시라카와의 '공자전' 등 주석서를 참고했다고 밝히고 있어, 서씨가 불교와 관련된 도올의 주장에 대해 표절 의혹을 제기한 것과는 성격을 달리 한다.
서씨는 도올을 '대도사(大盜士)'라 부른다. 그의 지적이 맞다면, 평소 "학문은 정직해야 한다.
조금도 표절하거나 숨겨서는 안 된다" 며 엄격한 '문헌 비판' 에 바탕한 학문의 정직성을 외쳐온 도올의 토대가 크게 흔들리게 된다.
하종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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