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벌 정치 타파를 선언한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일본 자민당 총재가 25일 당직 선임 과정에서 일찌감치 벽에 부딪쳤다.고이즈미총재는 24일 저녁 당3역 후보자들에게 전화를 걸었다. 미리 어느 파벌에 어느 자리를 분배한다는 구상을 세워 두고 파벌 회장과 협의하던 관행과는 크게 달라진 모습이다.
그러나 이날밤 그는 결과를 기다리던 기자들에게 "여러가지로 난항하고 있다, 파벌의 저항이 강하다"고 실토해야 했다.
야마사키파와 호리우치파의 회장인 야마사키 다쿠(山崎拓) 간사장, 호리우치 미쓰오(堀內光雄) 총무회장의 선임은 수월했다. 총재선거 직전 사퇴하고 표를 몰아 준 가메이 시즈카(龜井靜香) 전 정조회장을 배려, 에토(江藤)ㆍ가메이파에게 넘겨줄 정조회장 자리가 문제였다.
가메이 전 회장 스스로 당직을 맡지 않겠다고 선언한 터여서 파벌내 후계자인 히라누마 다케오(平沼赳夫) 경제산업성 장관에게 전화를 걸었다. 히라누마 장관은 즉답을 피한 뒤 파벌 회장인 에토 다카미(江藤隆美) 전 총무청장관에게 보고했다.
에토 전 장관은 "아무리 당직을 안맡겠다고 했다지만 가메이씨에게 먼저 전화를 거는 게 순리"라며 "다짜고짜 히라누마 장관에게 통화한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격분했다. 히라누마 장관에게 요청에 응하지 말라는 파벌의 지시가 떨어진 것은 물론이다.
실랑이 끝에 정조회장직은 총재 경선 후보였던 아소 다로(麻生太郞) 경제ㆍ재정담당장관에게 돌아갔다. 에토ㆍ가메이파의 반발에 굴복하지도 않았고, 최대 파벌 하시모토(橋本)파를 처음으로 당3역에서 배제함으로써 '탈 파벌정치'의 형식 요건은 채웠다.
하지만 당5역의 남은 두자리는 하시모토파의 아오키 미키오(靑木幹雄) 참의원간사장, 다케야마 유타카(竹山裕) 의원회장을 유임시켜 배려하는 태도를 보여야 했다.
하시모토파와 에토ㆍ가메이파는 입을 다물고 있으나 소속 모리(森)파 내부에서는 "하시모토파 대책을 에토ㆍ가메이파를 빼고 생각할 수 있느냐"며 고이즈미 총재의 독주를 견제하려는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다.
도쿄=황영식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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