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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문화 새 기상도] (1)국경넘는 스타, 컨텐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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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문화 새 기상도] (1)국경넘는 스타, 컨텐츠

입력
2001.04.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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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환경의 급변과 기술 발달로 대중문화 판도가 크게 바뀌고 있다. 대중문화 스타는 국내에만 머무르지 않고 아시아 스타로 발돋음하고 있으며, 영화와 방송 프로그램도 세계로 나가고 있다.DVD, 디지털 방송 등의 기술발달은 대중문화 컨텐츠를 획기적으로 변화시키고 있다. 대중문화 확대현상의 명암을 시리즈로 진단한다.

3월 2일 대만 타이베이 센터(臺北中心)에는 400여명의 대만 젊은이들이 모여들었다.

차인표가 건물에 들어서자 10~20대 젊은이들은 '車仁杓 我愛爾(차인표 사랑해요)'라는 피킷을 들고 연호를 한다. 대만 TV에서 최근 '불꽃'이 방송되면서 차인표와 이영애가 젊은이의 우상으로 떠올랐다.

3월 23일 홍콩에서 발행되는 시사 주간지 '아시아 위크'는 이례적으로 '주부 이야기'라는 제목으로 MBC 드라마 '아줌마'를 심층 분석하는 기사를 연재했다.

4월 16일 KBS미디어를 찾은 중국 프로그램 수입업자들이 요즘 방송되는 KBS 미니 시리즈 '비단향 꽃무'을 비롯한 드라마 수입에 대해 한국 실무자와 상담을 하고 있다.

이러한 풍경은 최근 우리 가수, 탤런트, 배우와 영상 컨텐츠가 국내에 머무르지 않고 아시아에서 대단한 인기를 끌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제 중국에서 '韓流(한류ㆍ중국에서의 일고 있는 한국 대중문화의 선풍)'라는 말은 진부할 정도로 자주 사용되고 있다.

탤런트 장동건은 베트남에서 자국 스타들을 제치고 제1의 우상으로 자리 잡았으며, 일간지와 잡지에는 그의 최근 동향이 상세하게 보도되고 있다.

일본에서는 윤손하 김지수 등이 안방극장에서 선을 보여 호평을 받았고 가수 보아, 투야 등 한국 가수들이 활발하게 뛰고 있다.

대만과 베트남을 각각 방문한 차인표와 장동건은 "현지에 가보기 전까지 인기를 실감하지 못했다.

가서 내 사진을 넣은 티셔츠를 입고 열렬히 환영하는 팬들을 보고 놀라고 반가웠다"고 입을 모았다.

우리 방송 컨텐츠가 외국에 본격적으로 진출한 것은 83년 KBS가 세계적 프로그램 견본시장인 프랑스 칸 견본시에서 단막극 '바닷가의 소년'과 '단독비행'을 2만 달러에 판매된 것이 처음이었다. 그러나 그 후로도 한동안 영상물의 수출은 미미한 수준이었다.

막대한 제작비를 들여 국내에서 한두 차례 방송하고 사장되는 경우가 허다했다.

99년부터 상황은 달라지기 시작했다. 베트남, 중국, 대만, 싱가포르, 요르단 등 아시아 지역에서 우리 드라마가 본격적으로 방송되면서 드라마를 구입하려는 사람이 많아졌고 한국 가수, 탤런트, 배우 등의 출연 요청이 쇄도했다.

박인수 KBS 미디어팀장은 "요즘 한국 드라마를 수입하려는 싱가포르, 중국, 베트남, 홍콩 업자들의 상담 건수가 일주일에 평균 20건에 달한다"라고 말했다.

지난 2~7일 칸 프로그램 견본시에서 MBC '맛있는 청혼'을 비롯해 방송 3사가 수출한 프로그램은 28편이고 액수는 150만 달러에 이른다.

99년 아시아로 수출된 방송물은 MBC 450만 달러, KBS 320만 달러 등 1,274만 달러에 달했다.

지난해는 전년보다 30% 증가한 1,400만 달러에 이르렀다. 초기에는 드라마가 주로 수출됐지만 최근 들어서는 다큐멘터리, 만화, 오락 프로그램, 코미디 등 장르도 다양해졌다.

수출규모만 커진 것이 아니다. 안재욱 고수 김소연 이영애 등은 고액의 출연료를 받고 콘서트나 광고에 출연하는 등 우리 스타들의 몸값은 수직상승하고 있다.

탤런트 이태란이 요즘 중국 CCTV에서 방송하고 있는 '현대가정'에서 주연으로 나오고, 올 초 일본 NHK에서 방송한 '모이치도 키스(다시 한번 키스)'의 주연을 맡았던 윤손하는 후지 TV에서 7월 방송할 드라마에도 다시 주연으로 나설 예정이다. 올해 안으로 일본 진출이 확정된 연기자는 원빈 설경구 김윤진 등이다.

아시아에서 한국의 영상물과 스타들이 관심을 끄는 이유는 다양하다. 가장 큰 이유는 99년 위성 방송이 시작되면서 본격적으로 아시아 사람들이 우리의 드라마, 가요, 영화를 접하게 된 것이다.

정부에서 베트남이나 태국, 몽골 등에 우리 프로그램을 저가나 무료로 제공, 이들이 우리 프로그램을 많이 보게 된 것도 한 이유이다.

나라별로 한국 영상물과 스타들을 좋아하는 이유가 있다. 우리보다 먼저 일본이 진출한 중국 대만 홍콩지역에서 한국 프로그램이 일본의 그것보다 인기가 있는 것은 우리 드라마나 프로그램에 유교적 정서가 남아 있는데다, 스타들의 외모가 친근감이 있어 중국권 시청자가 거부감 없이 보기 때문이다.

베트남과 싱가포르는 영상이 현란하고 발전된 한국의 트렌디 드라마가 청소년들에게 먹혀 들어 가고 있다.

그리고 대중 문화가 우리보다 한 발 빠르다고 알려진 일본이 우리 드라마를 수입하고 스타 연기자나 가수를 각종 드라마나 프로그램에 출연시키는 것은 상당부분 한국에서의 일본 대중문화 개방을 가속화하려는 의도가 많다는 것이 전문가의 진단이다. 태국이나 필리핀 등은 '코리아 드림'을 꿈꾸는 사람들이 급증하면서 한국 대중문화에 대한 관심이 고조됐다.

우리 스타와 영상물이 1회성 관심에서 벗어나 지속적으로 인기를 얻어 수출을 하려면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

우선 영상물 수출과 스타의 해외진출을 각 기획사나 방송사가 주먹구구식으로 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체계적이고 지속적인 연예산업의 마케팅을 할 수 있는 총괄적 체제를 갖추어야 한다.

최재승 국회 문화관광위원장은"정부와 협의해 조속한 시일 내에 영상물 수출을 촉진하는 정책과 체제를 갖추도록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또한 장사가 된다고 하자 중국 대만 홍콩 등에는 한국 측 메니저사가 우후죽순처럼 생겨 출혈경쟁을 하거나 공연 계약을 어겨 신뢰도를 떨어트리는 문제도 개선되야한다.

중국 베이징에서 메니저사를 운영하며 HOT, NRG, 안재욱의 중국 공연을 성사시켰던 김윤호씨는 "아시아 지역에 나가 있는 연예인 기획사는 주먹구구식이다.

반면 일본은 치밀한 전략 하에 기획사가 진출한다. 현재 아시아에서 일고 있는 '한류'를 이어가려면 체계적인 매니지먼트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영화와 드라마가 거의 M&E(음악 및 효과)의 분리 녹음이 되지 않거나 크린 비디오(무자막 처리된 편집 완성 테이프)가 없는 것이 해외 수출의 장애가 되는 문제도 시급히 해결돼야 한다.

또한 일본이나 중국에 진출한 우리 스타들이 인기만 믿고 준비 없이 각종 프로그램이나 이벤트에 출연하는 것도 문제다.

탤런트 윤손하는 "한국과 일본의 드라마 제작 환경이나 연기 패턴은 많이 다르다. 우리 스타들이 진출하는 나라의 문화와 특성, 시스템 등을 이해하고 출연하거나 공연을 하면 단발성 이벤트에 그치지 않고 지속적인 진출을 꾀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배국남기자

knb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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