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 이지스 시스템 판매 보류로 한 고비를 넘긴 듯 하던 미국_중국간 대만 무기판매 파문이 미국의 디젤 잠수함 판매 결정으로 확전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미국이 8대를 팔기로 한 이 잠수함은 군함을 격침시킬 수 있을 뿐 아니라 크루즈 미사일을 장착할 경우 중국 본토까지도 선제타격이 가능한 '공격형' 이어서 그 동안 절대우위를 보인 중국 해군력에 치명적 손실을 가져올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이 때문에 중국은 이지스 시스템을 포함, 대만 무기판매 '절대불가 3대 품목' 중 하나로 디젤 잠수함을 지목한 바 있다. 중국은 24일 주미대사를 통해 미 국무부에 항의서를 전달하고 보복 조치를 취하겠다고 경고하고 나섰다.
중국은 1972년, 1978년, 1982년 세 차례 미_중 간 서명한 '미_중 공동성명' 을 미국이 위반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성명에 따르면 미국은 대만 무기 판매의 법적근거가 되는 1979년의 '대만관계법' 을 기초로 '방어적' 무기만을 판매할 수 있도록 돼 있다. 1982년 성명에서는 대만 무기 판매를 축소해 나가기로 합의한 바 있어, 공격형 잠수함 판매 결정은 중국측으로서는 용납하기 힘든 사안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빌 클린턴 전 행정부에서도 잠수함 판매가 한때 거론됐으나 공격용으로 '전용'될 수 있다는 이유로 목록에서 삭제됐다. 일부에서는 디젤 잠수함 판매 결정이 대만과의 군사관계에 대한 미국이 외교정책을 변경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의 입장은 다르다. 중국이 미사일 등 대만을 공격할 수 있는 군사력을 급격히 증강하고 있기 때문에 '최선의 방어' 를 위해서는 공격적 군비 증강이 필수적이라는 주장이다.
미 국방부는 "잠수함이 공격용이라는 데 동의하지 않는다" 며 "적절하고 합법적인 것" 이라고 중국의 주장을 일축했다.
디젤 잠수함 판매를 놓고 벌어지고 있는 또 다른 갈등은 이 잠수함을 어떻게 건조해 조달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핵 추진 잠수함을 주력으로 하는 미 해군에서 디젤 잠수함이 퇴역한 것은 이미 오래 전이어서 이를 다시 건조하기 위해서는 독일이나 네덜란드의 설계도를 이용해야 한다.
그러나 독일 정부는 24일 "대만에 대한 판매용으로는 독일의 설계도를 이용할 수 없다" 고 못박아 또 다른 불씨를 예고했다. 독일 측은 또 미국이 아무런 사전 의견조율 없이 일방적으로 잠수함 판매를 결정한 데 대해 당혹감과 함께 불쾌한 심사를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네덜란드의 상황도 비슷하다. 1981년 대만이 현재 유일하게 보유하고 있는 실전용 잠수함 2대를 판매한 바 있는 네덜란드는 이후 3년간 양국간 외교 관계를 강등시킨 중국의 강력한 보복조치로 심각한 홍역을 치렀다.
전문가들은 미국에 대한 독일, 네덜란드 정부의 반대표명이 중국의 반발과 보복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고 국제 외교 무대에서 잠수함을 둘러싼 미국과 중국의 힘겨루기가 다시 한번 재현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편 미국은 대만에 어떤 종류의 디젤 추진 잠수함들을 판매할 지 구체적인 내용을 밝히지 않고 있어 이들 잠수함의 성능과 장착 무기 등도 중국이 주목하고 있다.
황유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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