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긴급 소집된 국회 환경노동위에서는 '모성보호' 관련 법안 시행시기와 재원 마련 문제를 놓고 정부와 여야 의원들간 설전이 벌어졌다. 여야 의원들은 한 목소리로 "노동부가 의지가 없고 무책임하다"고 몰아세웠다.특히 야당 의원들은 '시행 2년 연기'라는 전날 공동여당 지도부의 합의에 반발했고,대다수 여당 의원들조차 '즉각 실시'쪽에 무게를 실었다. 자민련 조희욱 의원만 "재정이 없는데 무리해선 안 된다"며 부정적 입장을 고수했다.회의 시작부터 여야 의원들은 노동부측이 보고한 '고용보험기금 중기 재정 추계'를 문제 삼았다. 이 자료는 "출산휴가비까지 고용보험기금에서 부담할 경우 2003년까지 지출초과가 발생하고,모성보호 비용으로 2002년 출산휴가와 육아휴직 비용을 합쳐 2,672억원이 소요될 것"이라고 추정한 것.이에 한나라당 김락기 의원 등 대다수 의원들은 "노동부가 모성보호 비용의중장기적 소요예산을 밝히지 못하고 6개월간 국회를 우롱했다"면서 "법안처리를 며칠 앞둔 시점에서 이런 자료를 낸 저의가 뭐냐"고 흥분했다.
"지금 법안을 처리해야 하느냐,유예해야 하느냐"는 한나라당 김문수 의원으의 단도직입적인 질문에 김호진 노동부장관은 "재원문제를 확실하게 해결해 주기 전까지는 연기가 바람직하다"고 답했다.
이에 의원들은 "그걸 정부가 해야지 의원들이 하느냐" "즉가 실시해야 한다고 대답하라"고 다그쳤지만 김 장관은 재정 확보를 계속 거론하면서 "이상은 좋지만 행정은 얼음처럼 차갑게 해야 한다'고 물러서지 않았다.
그러나 김 장관은 의원들의 거듭된 공격에 "지금 법을 통과시켜도 2006년까지는 고용보험 비용에서 부담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또 신계륜,전재희 의원 등은 "법 시행으로 2003년부터 고용보험에 지출초과가 발생한다는 노동부의 주장은 일반 예산에서 50% 지원하는 것을 반영하지 않은 통계"라며 "왜 노동부가 현실을 과장하느냐"고 물고 늘어지며 노동부의 소극적 태도를 성토했다.
이태희기자
taeheelee@hk.co.kr
■여성계 "모성보호법 유예 여성들 희망꺽어
여성계는 모성보호 관련법안 시행을 2년 연기하기로 한 여당의 결정에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한국여성단체연합, 한국노동조합총연맹 등 8개 여성ㆍ노동단체로 구성된 여성노동법개정연대회의는 25일 '모성보호법의 시행 유예는 경제논리에 여성의 건강권을 희생시킨 것'이라는 주장을 담은 성명서를 냈다.
연대회의는 "출산과 육아에 대한 책임과 부담을 여성만의 몫으로 강요하면서, 일하고 싶은 여성들의 희망을 무참히 짓밟은" "정계와 재계의 치졸한 졸작품" 등의 격한 표현으로 여당을 비난했다.
여성단체연합 김기선미 정책부장은 "2년을 연기하면 현정권에서는 일단 모성보호관련법의 시행이 물건너가게 되는 셈"이라며 "앞으로 모성보호법이 도입될 가능성 자체가 불투명해졌다"고 지적했다. 소속 회원 20여명은 이날 오후 2시 민주당사 앞에서 항의 시위를 벌였다.
문향란기자
iami@hk.co.kr
■재계 "모성보호 관련 입법 재검토 해야"
재계는 여당이 모성보호 관련 법안 시행을 2년 유보한 것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며 문제가 많은 법안내용에 대한 원칙적이고 근본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이날 경영계 입장을 발표하고 "여성고용관련법안의 회기내 통과를 위해 시행 2년 연기를 조건으로 제시한 것은 지나치게 정치적이고 무책임한 제안"이라고 반박했다.
경총 김영배(金榮培) 전무는 "입법 과정에서 법안내용의 타당성에 대한 공개적인 토론이나 이해 당사자들간의 충분한 의견수렴 없이 급조됐었다"며 "무책임하게 법안통과 후 시행을 연기할 것이 아니라 2년동안 입법을 유예하고 노사정위원회의 관련논의를 지켜보면서 현행 여성고용관련법안의 문제점과 고용보험 재정안정대책 등 합리적인 대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호섭기자
dream@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