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자민당 총재가 민주당을 비롯한 일본 야당에 말못할 고민을 주고 있다.자민당의 '당원 혁명'으로까지 얘기되는 그의 승리로 내리막길을 걸어 온 자민당 지지율이 상승할 가능성이 커졌다. 3개월 앞으로 다가온 참의원 선거에 미치는 영향이 걱정될 수 밖에 없다. 그가 압도적 지지를 끌어내기 위해 파벌 타파와 함께 들고 나온 구조개혁론은 야당의 일관된 주장이었다는 점에서 정책적 차별성 확보도 어려워졌다.
민주당은 지난해 나가노(長野)현 지사 선거 이래 각급 지방선거에서 자민당 추천 후보가 시민후보에 패배해 온 상황을 주목해 왔다. 무당파 바람은 여야를 막론한 기성 정당에 대한 불만이지만 여당에 대한 불만이 보다 뿌리깊다.
따라서 모리 요시로(森喜朗) 총리나 하시모토 류타로(橋本龍太郞) 전 총리가 이끄는 체제라면 대패를 안길 수 있으리라고 자신해 왔다. 그러나 국민의 불만이 자민당원을 통해 분출된 이상 전통적인 여권 지지층이 다시 결집할 가능성이 커졌다.
이에 따라 민주당을 비롯한 야당은 고이즈미 총재가 스스로의 약속을 지키지 못한다는 점을 부각, 자민당의 근본적 한계를 지적한다는 쪽으로 선거전략을 틀고 있다.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민주당 대표는 24일 자민당 총재선거 결과를 들어 "이미 파벌 정치의 행태가 재연되고 있다"면서 "정책도 마찬가지로 구호에만 머물 것"이라고 지적했다. 고이즈미 총재에 대한 공격이자 스스로의 위안이기도 하다.
한편으로는 과거 하시모토 전 총리와 마찬가지로 고이즈미 총재의 약점인 여성 스캔들을 파고들 태세도 갖추고 있다. 반면 야스쿠니(靖國)신사 참배나 집단자위권 문제에 대해서는 야당도 내부견해가 엇갈려 있어 되도록 논쟁을 피할 계획이다.
도쿄=황영식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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