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의 외교환경이 단순히 국가간의 공식적인 관계에서 만족하기엔 너무나 복잡한 양상을 띠고 있다.우선 상대를 이해하는데 정부 차원의 접촉만으로는 불충분하다. 각종 시민 단체를 비롯한 비정부단체(NGO)가 국익을 위해 나서야 할 경우도 허다하다.
정부간 공식채널의 가동이 어려울 때 NGO들의 참여는 이런 공식적 외교의 태생적 한계를 보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권을 발급 받을 때 부담하는 4만5,000원의 수수료 가운데 1만5,000원이 국제교류기금이다. 그러나 국회는 23일 법률구조기금과 함께 국제교류기금을 2003년 폐지키로 했다.
3당 총무와 재경ㆍ법사위 3당 간사들로 구성된 9인 소위원회의 결정이다. 이 결정에 대해 이견이 있다.
이에 앞서 통일외교통상위원회는 전체의견으로 이 기금의 존치를 요구했다. 국제교류재단의 사업 목적상 비정부 기금으로 추진해야 할 필요성 때문이라고 이유를 밝혔다.
■정부가 준조세 성격의 각종 기금을 정리하려는 의지만큼은 높이 살 필요가 있다. 하지만 통일외교통상위가 지적한대로 기금제도 개선을 획일적으로 밀어붙여선 안 된다.
각 기금의 특수성에 대한 고려를 바탕으로 이뤄져야 한다. 그런 측면에서 볼 때 국제교류기금 폐지안은 재고돼야 한다. 국제교류재단의 역할을 안다면 분명해진다.
이 재단은 미국의 하버드대 등 60여 세계 유수대학의 한국학과, 한국학 연구소 등에 소정의 재정지원을 하고 있다.
말하자면 한국을 세계에 알리는데 은밀한 첨병역할을 하고 있다. 이 재단은 정부가 공식적으로 나설 수 없는 민감한 사안까지 도맡는 경우가 많다. 외양이 민간단체이기 때문이다.
■지금은 전방위 외교시대다. 국력에 걸맞은 외교를 위해서는 총력체제가 불가피하다. 상당한 비용부담도 감수하지 않으면 안 된다.
준조세 폐지를 이유로 이 기금을 폐지하려는 것은 그야말로 소탐대실이다. 만약 전액 재정자금으로 운영돼야 한다면 이 재단은 외교적 보완 기능을 상실하게 된다. 국제교류기금 폐지안이 재고돼야 할 까닭이다.
노진환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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