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 선친(先親)께서는 공무원으로 계십니다."최근 박모(30ㆍ서울 성북구 안암동)씨는 긴장감이 감도는 입사 면접장에서 하마터면 파안대소(破顔大笑)할 뻔했다. 함께 면접을 보던 응시생 하나가 가족 소개를 하면서 멀쩡히 살아있는 아버지를 '선친'이라 불렀기 때문.
면접위원들이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사실확인을 하자 그 응시생은 그때서야 멋적은 듯 실수를 인정했다.
K대 김모(42) 교수도 얼마전 "학생회장이 인사하러 오신다는데요"라고 전하는 조교를 한참 꾸짖은 적이 있다. 김 교수는 "존칭을 어디에, 어떻게 사용해야 할지 모르는 학생이 의외로 많다"며 "생각없이 말을 내뱉는 경향이 몸에 밴 탓이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존칭 사용이 혼란스럽다. 높일 때 낮추고, 낮출 때 높이는 역존칭 현상마저 일어나고 있다.
특히 처음 만나는 자리에서 상대방에게 누군가를 소개할 땐 더욱 그렇다. 인터넷 등 새로운 매체가 범람해 언어생활을 왜곡하는 데도 마땅한 예절교육이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한글학회 성기지(40) 연구원은 "대화 상대에게 누군가를 소개할 때 존칭사용이 혼란스러운 까닭은 대상을 직접적으로 가리키는 '호칭어'와 대상을 간접적으로 가리키는 '지칭어'의 구별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이라며 "생활에 자주 쓰이는 존칭 표현만이라도 때에 맞게 구사하는 연습을 꾸준히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고찬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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