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에서 올리는 49재 중 가장 규모가 큰 영산재(靈山齋)는 불교예술의 정수를 담고 있다. 석가모니의 인도 영취산 법회(영산회상)를 상징화한 불교의식으로, 스님들이 춤(작법)과 노래(범패)로 부처의 공덕을 찬양하고 죽은 자를 천도하며 산 자의 복을 빌어준다.단선율의 유장한 범패 소리와 생기 넘치는 삼현육각 연주, 색색의 종이꽃과 깃발의 화려한 치장, 나비춤 바라춤 법고춤 등이 어우러지는 성대한 자리다. 한국전쟁 이전까지만 해도 사흘 밤낮으로 올렸으나 요즘은 하루로 줄여서 한다.
절간의 큰 굿이 불교신자가 아닌 사람에게 무슨 대수랴 싶지만, 그렇지 않다. 영산재에서 만나는 불교음악과 춤은 한국 전통예술의 뿌리이다.
잘 알려진 민요 '회심곡'은 스님들이 부르는 평조염불의 하나이고, 전통 기악곡의 백미로 꼽히는 영산회상은 '영산회상불보살'이라는 불교 성악곡에서 나왔으며, 승무 또한 불교에서 나왔다. 그런 까닭으로 영산재는 중요무형문화재 50호로 지정돼있다.
국립국악원과 영산재보존회 스님들이 26(목), 27일(금) 오후 7시30분 국립국악원 예악당과 마당에서 영산재를 올린다.
본래 마당에서 하는 영산재를 실내로 들여와 1시간 30분의 무대 공연으로 구성하고, 마당에서 탑돌이로 마친다.
무대 양식의 영산재 공연은 처음이다. 춤, 음악, 노래의 종합예술인 영산재를 무대 공연에 맞게 다듬어서 선보이는 자리다. 절에서 영산재를 할 때는 스님들이 직접 악기를 연주하지만, 이번에는 국립국악원 연주단이 맡는다.
영산재의 13개 절차를 조금씩 줄여서 보여준다. 아침예불로 시작해 여러 불보살과 영가를 모셔오고, 속진에 더럽혀진 몸과 마음을 깨끗이 씻은 다음 영산회상을 그린 탱화를 내걸고 의식을 진행한다.
영산재의 꽃은 식당작법이다. 스님들이 공양(식사)하는 절차인데, 발우공양의 예법을 그대로 따른다. 이때 범패와 더불어 여러 악기가 연주되고 목어ㆍ운판ㆍ법고ㆍ대종이 울고 법고춤 나비춤 바라춤이 베풀어진다.
전체 구성을 맡은 법현 스님은 "조선시대 감로탱화에 보이는 영산회상의 화려함을 보여주는 공연이 될 것"이라고 말한다.
보통 4~8명으로 짜는 바라춤이 20여명의 군무로 펼쳐지고 나비춤은 요즘의 흰 고깔, 흰 옷 뿐 아니라 노란 고깔 청색 장삼 차림으로, 법고춤도 요즘의 회색 장삼 말고 옛날처럼 검은 장삼을 입고 춘다.
무대에는 대웅전을 차린다. 영산재 보존사찰인 서울 봉원사 스님들은 이번 재에 쓸 종이꽃 200여 송이를 보름째 만들고 있다.
영산재의 예능보유자로는 작법의 일응스님만 생존해 있다. 범패의 송암스님, 벽응스님이 지난해 타계하고 몇 년 앞서 장엄(미술)의 지광스님이 열반했다.
열심히 제자를 길러낸 이 스님들의 공덕으로 영산재의 오늘이 가능했다. 봉원사 안에 1968년 설립된 옥천범음회가 불교음악과 춤, 이론을 가르쳐 영산재의 맥을 잇고 있다.
불화를 마당으로 옮겨오는 순서에서 스님이 법고춤을 추고 있다.
오미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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