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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이즈미는 누구 / 후퇴 모르는 '튀는 정치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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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이즈미는 누구 / 후퇴 모르는 '튀는 정치인'

입력
2001.04.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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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기 일본 총리 자리를 확보한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ㆍ59) 자민당 총재는 독특한 개성을 감추지 않는 '튀는 정치인'이다. 흐트러진 굵은 웨이브의 파마머리가 어울리는 소탈한 미남 정치인으로도 통하지만 차갑고 강한 눈빛과 직선적 성격으로 더 유명하다.때문에 화합과 조정을 중시해 온 자민당 파벌 정치의 전통과는 언제나 동떨어져 있었고, '외로운 늑대' '괴짜(變人)' 등 별명을 달고 다녔다. 언제 어디로 화살을 겨눌 지 몰라 주위를 긴장시키는 대신 일단 내뱉은 말은 좀처럼 거두지 않아 '직언(直言) 거사' '일언(一言) 거사'로도 불렸다.

이번 총재 선거에서 들고 나온 '우정 사업 민영화론'이 대표적인 예다. 장관 시절의 경험을 담은 1994년의 저서 '관료왕국 해체론'에서 제기했던 우체국 업무의 전면 민영화를 그대로 주장한 것이다.

그는 할아버지 마타지로(又次郞)가 만주침략 당시 체신 장관을 지낸 바 있어 개인적으로도 우정성과 인연이 있다. 그런데도 자민당 지지기반인 우체국 사업자들의 밥그릇을 위협하는 개혁을 들고 나왔다.

이런 성격은 가문의 내력이자 대대로 최대 파벌의 신경을 긁어 온 제2파벌의 전통이기도 하다.

할아버지는 노동자에서 자수성가해 장관이 됐고, 아버지 준야(純也)는 양자로 들어와 방위청 장관을 지냈다. 게이오(慶應)대학 졸업후 런던대학에 유학했던 그는 69년 8월 아버지의 급서로 귀국했으나 12월의 선거에서 낙선했다.

후쿠다 다케오(福田赳夫) 당시 대장성 장관의 비서로 정치 수업을 거친 후에는 72년부터 내리 10선을 기록했다. 후쿠다파의 귀공자로 떠오른 뒤에는 최대파벌인 다나카(田中)파를 숙적으로 삼아야 하는 운명이 지워졌다.

83년 총선때는 선거 공약으로 '다나카파 타도'를 내걸었고 95년 하시모토 류타로(橋本龍太郞ㆍ98년 오부치 게이조(小淵惠三) 전 총리와 총재 경선에서 맞섰다. 그의 총재 등극은 2전3기인 셈이다.

하지만 이런 지사형 이미지가 역사ㆍ방위 문제에 이르면 강경 우파의 모습으로 굴절된다. 이번 선거에서도 야스쿠니(靖國)신사 공식참배론에 먼저 불을 붙였다. 강경 보수의 태두인 나카소네 야스히로(中曾根康弘) 전 총리의 이례적 지원을 받는 것도 우려를 낳는다.

89년 리크루트사건 당시 그는 나카소네의 청문회 증인 논란이 일자 "스스로 나오는 게 상식있는 정치인"이라고 폭탄 선언, "하룻강아지가 감히."라는 격노를 샀다.

그런데도 나카소네는 이번에 가메이 시즈카(龜井靜香) 정조회장의 사퇴를 유도, 당선을 굳혀 주었다. 그 빚은 결국 야스쿠니 신사나 집단적 자위권 문제 등에 대한 나카소네의 숙원을 풀어 주는 것으로 갚아야 한다.

개인적인 짐도 가볍지 않다. 82년 이혼한 후 10여년째 어머니, 그리고 대학생인 두 아들과 지내왔다. 그 때문에 여성 스캔들이 끊이지 않는다. 대신 골프에 별 취미가 없고 회원권도 없다.

도쿄=황영식특파원

yshw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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