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철강업계가 내수 감소와 세계적인 철강재 가격 하락에 따른 수익악화, 해외 메이저업체들의 합종연횡으로 어려움을 겪고있다.특히 유럽에서 시작된 철강업계의 통합화ㆍ대형화 바람이 일본ㆍ미국은 물론 아시아 중소업체로까지 확산되는 상황에서 국내업체들의 영역다툼까지 겹쳐 경쟁력이 더욱 떨어지고 있다.
▲ 공급과잉과 수익악화
포철은 국내외 철강경기 불황에 따른 실적 악화로 고심하고 있다. 올 1ㆍ4분기 매출이 2조7,49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7% 감소했으며 순이익은 무려 51.0%나 줄었다.
영업이익도 37.9% 감소했다. 포철 유병창 상무는 "세계적인 철강설비 과잉으로 철강재 판매단가가 하락하고 환율 급등으로 694억원의 대규모 환차손이 발생한 것이 실적악화의 원인"이라고 말했다.
인천제철과 현대하이스코 등 다른 전기로 업체들도 1ㆍ4분기 대규모 손실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세종증권 김영환 애널리스트는 "2ㆍ4분기에도 철강재 내수증가와 수출가격 상승을 기대하기 힘든데다 원자재 수입가격 부담은 더욱 커져 국내 철강업계의 실적은 더 악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일본ㆍ대만 등 주요 수출경쟁국의 조강 생산과 수출량이 증가 추세여서 국제 철강재 가격은 3ㆍ4분기까지 약세를 지속할 것으로 예상됐다.
▲ 세계적인 합종연횡
유럽에서 시작된 철강사들의 인수합병 바람은 일본 미국에 이어 중국 인도 태국 등 아시아지역 후발국가로 확산되면서 국내업체는 땅을 잠식하고 있다.
일본 NKK와 가와사키가 최근 합병을 선언함으로써 당장 현대하이스코 등 국내 업체는 자동차용 냉연강판 생산에 필요한 핫코일(열연강판) 공급가격 인상 압박을 받게 됐다.
이에 앞서 지난 2월 프랑스의 유지노와 룩셈부르크의 아베드, 스페인의 아세랄리아가 합병을 결정했다. 포철은 유지노 등 3사의 합병으로 생산량에서 3위로 밀린 데 이어 일본 NKK-가와사키 합병으로 4위로 떨어졌다.
잇단 인수합병으로 유럽은 프랑스의 유지노를 비롯해 독일의 티센크루프, 영국 코러스 등 3강구도가 형성되고 있다.
값싼 노동력과 풍부한 자원으로 무장한 중국 인도 태국 등 후발국 철강산업은 자국내 대형사간 짝짓기를 통해 품질ㆍ기술ㆍ구매력 등의 국제 경쟁력을 확보, 한국 철강은 아시아시장조차 위협받고 있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포철이 유지노ㆍ신일철ㆍ바오철강 등과 추진하는 느슨한 형태의 전략적 제휴를 보다 강화하고 해외기업의 인수 합병도 검토할 단계"라고 말했다.
▲ 국내업체 이전투구ㆍ구조조정 뒷전
세계철강업계의 소용돌이 속에 국내 철강업계는 구조조정은 엄두도 못낸 채 제살깎기식 다툼만 계속하고 있다.
포항제철은 최근 현대하이스코와의 자동차 냉연강판용 핫코일 분쟁과 관련한 공정거래위원회의 시정명령에 불복해 이의신청 및 집행정지 신청을 냈다. 또 서울고등법원에 행정소송까지 제기해 두 회사의 핫코일 분쟁은 법정으로까지 비화됐다.
이 같은 두 회사의 갈등으로 공급과잉 상태인 국내 냉연업계 구조조정은 지연되고 업계의 부실은 커지고 있다. 건축용 형강제품을 생산하는 인천제철과 동국제강 등도 공급과잉에다 건설경기 침체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포스코경영연구소 나병철 박사는 "국내 냉연제품 생산설비는 연간 1,450만톤 규모지만 국내 수요는 700만톤에 불과하고 수출도 500만톤에 그치고 있다"며 "그동안 지지부진했던 전기로ㆍ냉연업계의 통합 등 구조조정을 앞당겨 원가절감을 통해 경쟁력을 키우는 노력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김호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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