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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포털'시대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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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포털'시대 열린다

입력
2001.04.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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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원 김모(31)씨는 최근 집으로 날라온 신용카드 연체 통지서를 받고 곧바로 PC에 깔려있는 제일은행의 '퍼스트 밸런스' 프로그램을 클릭했다.ID와 비밀번호를 입력하자 김씨가 이용하고 있는 7개 금융기관 10개 계좌가 화면에 동시에 나타났다. 계좌 잔액 검색 결과 신용카드 연결 계좌로 사용하고 있는 A은행 통장 잔액이 바닥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김씨는 바로 월급이체가 되는 B은행 통장 계좌를 클릭, A은행 계좌로 50만원을 이체했다. '새로 고침' 항목을 클릭하자 A은행 계좌에 50만원이 입금되고 B은행 계좌에서 50만원이 빠져나간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고객의 모든 금융 계좌를 한 곳에서 통합 관리할 수 있는 이른바 '금융 포털' 시대가 열리고 있다. 예금부분보장제 실시, 위태위태한 국내외 경제 요인 등으로 금융 자산 포트폴리오(분산 투자)의 중요성이 한층 높아지고 있는 요즘. 어지간한 고객이라면 한 곳의 금융기관과 집중 거래하기 보다는 최소 2~3개 금융기관과 동시에 거래를 트기 마련이다.

특히 은행, 카드, 증권, 보험 등 금융권별 포트폴리오도 다양하게 이뤄져 수많은 계좌를 일일이 기억하기도 벅차다. 인터넷뱅킹을 이용하더라도 뿔뿔이 흩어져있는 사이트를 오가야 하고 번번이 계좌번호, 인증번호, 비밀번호 등을 입력하려면 여간 귀찮은 것이 아니다.

'금융 포털'은 각 금융 계좌를 별도로 관리하지 않고 한 곳에서 통합 관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젊은 층을 중심으로 급부상할 조짐이다.

국내에서 본격적인 '금융 포털' 서비스를 처음으로 선보인 곳은 제일은행. 은행측은 인터넷 금융통합 솔루션 개발 벤처기업인 ㈜핑거와 제휴를 맺고 18일 은행, 신용카드, 증권을 비롯한 모든 금융계좌를 한번에 조회하고 이체거래할 수 있는 '퍼스트 밸런스' 프로그램을 내놓았다.

제일은행 홈페이지(www.kfb.co.kr)나 핑거 홈페이지(www.finger.co.kr)에서 프로그램을 내려받아 본인이 보유하고 있는 모든 금융기관 계좌 및 비밀번호 등만 입력하면 다음부터는 별도 입력 절차없이 모든 금융계좌를 통합 관리할 수 있다.

당장은 조회나 계좌이체 정도의 서비스만 가능하지만 조만간 대출금 만기일, 이자 납부일, 공과금 납입일 등을 스스로 체크해 통보해주고 자산 포트폴리오 방향까지 제시해주는 진정한 개인재무관리(PFM) 서비스가 제공될 예정이다.

프로그램 출시 5일여만에 1만5,000여명의 고객을 확보할 만큼 벌써부터 '대히트'를 예고하고 있다. 5월부터는 한미은행, 삼성카드 등이 역시 핑거측과 손잡고 이와 비슷한 프로그램을 선보일 예정이다.

하지만 아직까지 '금융 포털'이 확산되는데는 장애 요소도 적지 않다. 미국 등 선진국과 달리 금융 당국이 각 금융기관 고객 정보를 다른 금융기관에게 제공할 수 없도록 못박고 있기 때문에 별도 프로그램을 통해서만 서비스가 가능할 뿐 서버 상에서 직접 서비스를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제일은행 e뱅킹부 정재용 계장은 "서버 상에서 서비스가 이뤄지면 보다 빠르고 정확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지만 현재는 서버에 타 금융기관 고객 정보를 불러오는 것이 불가능하다"며 "향후 이 같은 규제가 완화되면 '금융 포털'을 이용하는 고객들이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영태기자

yt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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