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자금세탁방지법 졸속 합의에 대한 비판이 거세게 일자 한 발 물러섰다.민주당은 24일 문제가 된 금융정보분석원(FIU)의 핵심 조항인 계좌추적권을 일부 되살리겠다고 방향을 선회했고, 한나라당은 내심 반대 입장이지만 "논의는 해볼 수 있다"고 한발 물러선 상태.
특히 여야 간에는 책임 떠넘기기 조짐까지 보인다. 여당내에선 "괜히 이회창 총재가 무리하게 정치자금을 넣어서 문제를 복잡하게 했다"는 탄식이 나오고 야당에선 '여당이 덮어씌우기를 하고 있다'고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민주당 이상수 총무는 이날 "스타일이 구겨져도 고칠 것은 고치겠다"면서 "해당 계좌에 대한 계좌추적은 영장 없이 할 수 있게 하고 관련계좌는 법원의 영장을 받도록 해 남용을 막겠다"고 말했다. 또 이 총무는 "정치자금을 선관위로 보내는 것도 백지화하겠다"면서 "야당도 거부할 명분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치자금 포함 주장을 관철시켰던 민주당 조순형 천정배 의원은 이날 개인 성명을 통해 "법자체를 무력화 시킨 여야 합의안에 절대 동의할 수 없다"며 반대입장을 분명히 했다.
반면 한나라당 정창화 총무는 "9인 소위까지 열어 여야간에 합의한 사항을 이런 식으로 재론하자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불만을 토로하면서도 "하지만 논의는 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법사위 간사인 최연희 의원은 "FIU에게 무차별적으로 계좌추적 권한을 부여해선 안 된다는 입장에 변화가 없다"고 완강한 입장을 밝혔다.
한나라당 관계자는 "민주당이 재수정 요구를 하며 야당 반대 때문에 계좌추적 조항을 삭제한 것처럼 몰고 가지만 여당도 같은 입장이었다"며 못마땅해 했다.
여야는 26일까지 재협상을 마무리 할 방침이지만 전망은 그리 밝지 않다. 합의안 번복이 쉽지 않은데다 야당쪽에선 "이미 양보를 많이 했다"는 소리가 흘러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이태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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