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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1 '도올의…'녹화장 김추기경, 도올의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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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1 '도올의…'녹화장 김추기경, 도올의 만남

입력
2001.04.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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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해 성사의 느낌으로 여쭤볼게 있습니다.나름대로 선행을 한다고 하는데, 터무니 없는 질시와 오해를 받을 때는 견디기 어려울 정도입니다. 많은 핍박을 받으셨던 추기경님은 이를 어떻게 극복하셨지." (도올 김용옥)"나이가 어떻게 되시죠? 아직 이순(耳順)이 안돼서 남들의 질시를 받아들이기 힘든 게 아닌가요? 이순은 모든 것을 포용하는 경지라고 선생 책에 다 나와있던데. "(김수환 추기경)

김수환 추기경의 위트로 좌중은 폭소와 함께 박수가 터져 나왔다. 24일 KBS 1TV '도올의 논어이야기' 녹화장에서 이뤄진 김수환 추기경과 도올 김용옥의 만남은 유쾌하고 정감어린 시간이었다.

김 추기경은 '공자의 인간관과 그리스도교의 인간관' 이란 제목으로 두시간 동안 열강하면서 공자의 인(仁)과 하느님의 사랑이 다르지 않음을 역설했다.

김용옥씨가 쓴 '도올 논어' 에서 '공자는 한번도 유교를 말한 적이 없다. 그는 인간을 말했고, 삶을 말했을 뿐이다' 는 구절이 인상적이었다는 김추기경은 "이는 충서(忠恕)나 효제(孝弟) 등 공자의 모든 사상이 인간을 위해서 존재한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김 추기경은 이어 인간의 존엄성이 어디서 왔느냐는 문제를 제기하면서 "하느님의 사랑으로 창조된 존엄한 인간" 이란 그리스도교의 인간관을 설명했다.

이 역시 천인합일(天人合一)의 상태를 지향하는 유교와 어긋나지 않는다고 말한 김 추기경은 궁극적으로 인간이 지켜야 할 가치가 "하느님의 마음인 모든 생명을 사랑하고 살리는 생생지도(生生之道)인 인(仁), 곧 사랑의 실천" 임을 역설했다.

다소 예민한 종교적 질문도 이어졌다. 도올이 "기독교에 대한 믿음만을 통해 구원 받는다는 배타적인 복음주의적 전도가 다종교국가인 한국에서 문제를 일으키지 않느냐" 고 하자, 김 추기경은 "천주교 전래 이전 우리에게 있었던 천의 개념을 하느님으로 수용한다" 면서 "불교를 믿든 무엇을 믿든 진실하게 인간을 사랑하면 구원받을 수 있다"고 답했다.

차분한 분위기에서 진행된 추기경의 강론은 인간의 존엄성과 사랑의 실천을 역설했다.

"아무리 못나고 모자란 사람이라도, 인간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존엄하다" 고 말할 때, 숙연한 분위기로 최근 서울 홍제동 화재사건으로 숨진 김기석 소방관이 "사람의 목숨을 살리기 위해 내 한 목숨 선선하게 내던질 수 있다는 것. 나는 이것도 성직으로 여긴다네" 라고 쓴 편지를 인용할 때는 박수가 터져 나왔다.

도올은 "김 추기경께서 그동안 보여주신 사랑의 실천을 감동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자리였다" 고 말했다. '김수환 추기경 초청, 도올의 논어이야기' 는 27일 밤10시에 방송된다.

송용창기자 hermeet@hk.co.kr

양은경기자 ke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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