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차 공적자금 조성문제가 '뜨거운 감자'로 부상하고 있다. 1998년 1차 조성당시 "64조원이면 충분할 것"이라던 정부의 약속과는 달리 지난해 말 2차로 40조원(투입액기준 50조원)이 추가 조성됐음에도 불구,올 연말이면 또다시 바닥을 드러낼 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제기되기 때문이다.재정경제부는 23일 국회에 제출한 '공적자금 운용현황'보고서에서 "절약이 가능한 부분은 최대한 줄이고 회수노력을 강화하겠지만 2·4분기에 13조~14조원,하반기에는 11조~14조원을 투입하는 등 연말까지 24조~28조원의 공적자금이 투입돼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3월말 현재 남아있는 공적자금은 25조9,000억원.정부 계획대로 투입할 경우 연말이 되면 공적 자금은 완전히 바닥을 드러내거나 모자랄 수도 있게 된다.
재경부 당국자는 이에 대해 "공적자금을 넣을 때에는 작년말 공적자금 특별법에서 천명한 최소투입원칙을 지키고 회수노력도 보다 다각화해 자금수급에 차질이 없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현재로서 회수전망은 극히 불투명하다.지금까지 투입된 공적자금 초액 134조7,000억원 가운데 거둬들인 금액은 32조원에 불과하다.정부는 공적자금 회수를 위해 서울은행,대한생명 등 대형 금융기관의 연내 매각을 추진하고 있지만 기한내에 원매자를 찾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공적자금 고갈방지를 위해선 조기매각이 불가피하나 매각협상의 생리상 빨리 팔려고 할수록 값은 떨어질 수 밖에 없고, 이 경우 정부는 야당과 여론의 '헐값 매각'시비에 휘말리게 돼 매각은 다시 지연될 공산이 크다.
회수 보다 더 큰 문제는 추가요소다.작년말 추가조성된 40조원에는 '현대 변수가 빠져있다. 출자전환(현대건설)과 회사채신속인수(현대전자)가 현대의 생명줄이 되고 있지만, 그 자체가 채권단으로선 추가적 부담요인이다. 현대문제의 근본적 실타래가 풀리지 않는 한 공적자금 추가조성 문제는 언제라도 불거질수 밖에 없다.
이 때문에 정치권과 학계 일각에선 정부가 정치권과 여론의 비난을 우려해 공적자금 규모를 과소 계상했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고려대 이만우 교수는 "정부는 64조원 1차 공적자금 조성 때도 눈앞에 닥친 대우사태를 외면한 채 자금규모를 산정,결과적으로 실제 투입 규모를 100조원대까지 키웠는데 이번에도 실수를 반복했다"며 "현대문제와 경기회복 지연 등을 감안하면 3차 공적자금 조성은 불가피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정부는 그러나 더 이상 공적자금은 없다는 분명한 입장이다.재경부 당국자는 이에 대해 "공적자금이란 본질적으로 빠듯한 것이다.넉넉하게 조성한다면 모두가 경영혁신은 외면한 채 손만 벌리는 심각한 도덕적 해이가 발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당국자는 현대문제에 대해서도 "쓰러지지도 않은 기업을 정부가 쓰러질 것으로 가정해 공적자금을 쌓을 수는 없는 것 아닌가"라며 "만에 하나 현대가 잘못된다면 그것은 공적자금차원이 아니라 국가경제 전체의 문제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公자금 사용내역
정부가 지난 3월말까지 사용한 공적자금은 총 134조7,000억원. 재정경제부가 국회 재경위에 보고한 공적자금 운용현황에 따르면 정부는 기금채권을 발행해 83조8,000억원을 조성했으며 이미 투입된 공적자금중 27조2,000억원을 회수해 또다시 사용했다. 이밖에 국유재산이나 공적자금관리기금 등에서도 23조7,000억원을 조성해 사용했다.
공적자금의 대부분은 부실 금융기관의 경영정상화를 위한 자본 출자에 사용됐는데 그 규모는 52조5,000억원에 달한다.
또 폐쇄 금융기관에 돈을 맡긴 고객을 보호하기 위해 30조4,000억원이 투입됐으며 후순위채 매입을 포함한 자산매입 등으로 14조2,000억원이 사용됐다. 금융권 별로 따지면 은행권에 80조7,000억원이 지원됐으며 제2금융권에 대해서는 출자, 예금대지급, 부실채권 매입 등의 명목으로 54조원이 지원됐다.
정부는 부실채권의 경우 자산담보부증권(ABS) 발행, 기업구조조정전문회사(CRC), 기업구조조정투자회사(CRV), 국제입찰 등을 통해 공적자금을 회수할 계획이지만 실현 가능성은 희박한 상황이다. CRC나 CRV 등이 아직까지 걸음마 단계인데다가 경기 호전이 지연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예금대지급 등에 투입된 30조4,000억원의 경우 부실을 메우기 위한 것이므로 사실상 회수가 불가능하다는 게 일반적인 의견이다. 또 정부가 100% 지분을 갖고 있는 우리금융지주회사 역시 증시 상장이 상당 기간 연기될 것으로 보여 공적자금의 완전 회수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일반적 전망이다.
조철환기자
ch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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