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씨그램㈜와 진로발렌타인㈜, 하이스코트 등 3사가 시장 점유율 각 30%대로 팽팽한 힘겨루기를 하고 있는 국내 위스키시장이 이르면 7월 대대적인 지각변동을 맞을 전망이다.세계 최대의 위스키 업체인 영국 디아지오사와 프랑스 페르노 리카르사 컨소시엄이 최근 연예 오락 미디어 그룹인 프랑스 비방디 유니버설사의 주류부문인 씨그램을 전격 인수했기 때문이다.
이 컨소시엄은 미국과 유럽 주류시장에서 이번 인수합병에 따른 공정거래를 위한 모든 법적 절차를 늦어도 7월초에는 마무리할 예정이어서 국내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조니 워커, J&B, 스미르노프 등을 제조ㆍ판매하고 있는 디아조사는 국내 하이트 맥주(하이스코트)가 수입ㆍ판매하는 '딤플' 제조업체. 따라서 디아지오의 씨그램 인수는 국내 위스키 시장에도 빅뱅을 불러일으켜 '임페리얼'의 진로발렌타인㈜ 모 회사인 영국 얼라이드 도멕과 양대 산맥을 이뤄 치열한 경쟁을 벌이게 될 전망이다.
3년전 씨그램이 두산으로부터 두산씨그램㈜의 지분을 인수하면서 국내 현지 사장으로 전격 취임한 드숌프 사장(50). 그는 시장 전망에 대해 은행가 출신답게 조심스럽게 말문을 열었다.
그는 "아직 시장에 대한 전망을 내리기는 이르다"며 "빅뱅도 중요하지만 현재의 브랜드 제품별 판매는 당분간 계속 유지될 것으로 본다"고 올 하반기 국내 위스키 시장을 진단했다.
제조업체가 동일하더라도 다양한 브랜드 제품을 통해 주당(酒黨)들의 구미와 취향 변화에 맞추는 '멀티 브랜드(multi-brand)' 포트폴리오 전략이 합병의 시너지 효과로 우선 나타날 것이라는 의미다.
드숌프 사장은 지난해 여름 12년 산 프리미엄급 양주만이 주류를 형성하던 국내시장에 '슈퍼' 프리미엄급 '윈저 17년'을 처음 선보임으로써 고급양주에 대한 국내 소비자의 숨겨진 욕구를 일깨웠다.
이미 일본 기린씨그램과 영국 씨그램에서 고객만족 과정 리엔지니어링을 총책임지면서 시장과 고객의 취향을 철저하게 읽는 관심법이 뛰어난 CEO로 평가 받은 그였기에 가능한 일로 보여진다.
특히 외환위기 이후 경제회복기를 맞았던 지난해 소비의 양극화 현상이 심화되는 시점에 내놓은 슈퍼 프리미엄급 17년산 위스키는 당시의 사회 풍토에서 부(富)의 상징을 가늠하는 브랜드 제품으로 꼽힐 정도.
'최고의 뒷 맛'을 강조한 '윈저 17년'을 앞세워 니치 마켓을 적극 공략한 그는 씨그램 아태지역 본부로부터 윈저17의 판매를 '2000년 용(龍)해에 가장 뛰어난 업적'으로 인정 받아 '씨그램 골든 드레곤상'을 수상했다.
그는 한국인의 마시는 문화에 대해 한 마디로 '흥미로운 마케팅 대상'이라고 말한다. "한국의 술 문화는 정말 독특합니다. 식사할 때 주식을 무엇으로 하느냐에 따라 술이 결정되지요.
또 식사 후에 마시는 술 역시 룸살롱 혹은 단란 주점, 포장마차, 가라오케, 스탠드 바 등 장소에 따라 그 선택도 다분히 유동적이죠. 그러나 한국인 주당의 특징은 새롭고 좋은 술에 대한 끊임없는 동경과 욕구라는 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조직 운영에서도 '개방'과 '공동의 이익'을 가장 중요한 덕목으로 꼽는 그는 지난해 9월 회사내 노조 결성 후 4개 여 월간의 끈질긴 협상을 통해 '걱정거리'였던 단체협상을 올 1월말 성공리에 마무리 지을 수 있었다.
드숌프 사장은 "노조 결성후 직원들이 뭘 원하는지, 불만은 무엇인지를 직원들을 통해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게 됐다"고 오히려 만족감을 표명했다.
장학만기자
local@hk.co.kr
◈두산씨그램㈜ 어떤 회사?
두산씨그램㈜는 세계 150개국에서 각종 주류와 음료를 팔아 연간 190억 달러(약 25조원) 규모의 매출을 올리고 있는 다국적기업인 미국 씨그램사의 국내 현지법인이다. 1924년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설립됐으나 본사는 뉴욕에 있다.
주요 브랜드 제품으론 시바스리갈을 비롯 로얄살루트와 패스포트, 썸싱스페셜 등 위스키류와 꼬냑 마르텔, 씨그램 진 등이 있다.
씨그램은 또 영화 'ET'와 '쥬라기 공원'등을 제작한 유니버설 영화사와 워너 브러더스, 테마공원 등을 보유하고 있다.
1981년 두산 그룹과 합작으로 국내에 첫 진출한 두산씨그램㈜는 98년 6월 9,000만 달러를 투자해 두산의 지분을 인수, 경영권을 확보했다.
6월 14일부터는 회사 이름이 씨그램코리아㈜로 바뀐다. 이 중 한국인의 입맛을 맞추기 위해 철저한 소비자조사를 통해 만든 윈저프리미어는 국내 최고의 프리미엄 위스키로 꼽힌다.
이 회사는 특히 지난해 7월 윈저 17년산을 내놓고 프리미엄급(윈저 12)보다 한 단계 높은 슈퍼 프리미엄급 위스키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또 스코틀랜드의 대표적 위스키로 160년 전통의 몰트 위스키 시바스리갈 18년을 잇따라 출시, 고급 위스키를 선호하는 국내 애주가들로부터 큰 인기를 끌었다.
씨그램은 소비자층을 세분화하는 멀티 브랜드 포트폴리오(다중 브랜드) 마케팅에 역량을 집중, 고객 변화에 대응한 맞춤식 지원(Tailor-made program)으로 시장을 공략하겠다는 것이 기본 전략이다.
◈ His story 루츠 드숌프
1951년 독일 출생
독일 뮌스터대 (경영학)
경력:도이치 은행 근무/ 유니레버사, 레버제품 개발 매니저/㈜헤르타, 영업담당 이사/씨그램 해외판매사 국제군납 담당이사ㆍ마케팅 카테고리 경영담당 부사장(일본)ㆍ고객만족 프로세스 리엔지니어링(영국)/ 일본 기린씨그램 부사장/ 두산씨그램㈜ 사장 취임(1998.10)
가족:부인과 1남3녀 (일본 도쿄거주)
e메일:Lutz_Dechamps@seagr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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