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소녀 티가 가시지 않은 시각장애인 최민경(22)씨가 거친 계곡과 암벽을 지나 뉴질랜드의 2,767m 산 정상에 올라 눈물을 흘렸다. 그의 눈물을 보면서 시청자들은 장애인에 대해 보였던 편견과 무관심을 반성했다.22일 방송된 KBS '도전!지구탐험대' 는 '재미와 감동'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것 외에 시청자에게 좋은 교육 교과서 역할까지 했다.
유명 연예인들이 세계 오지를 찾거나 선진국의 문화현장을 체험하는 것들을 생생하게 보여주는 '도전! 지구탐험대' 는 1996년 3월 첫 방송이 되면서 가족 프로그램으로 자리잡았으나, 최근 상투적이고 진부한 모습을 보여 외면을 받았다. 그러나 시각장애인 최민경씨와 탤런트 최성민의 뉴질랜드 스포츠 도전기는 달랐다.
최민경씨가 시각장애인을 위해 개발한 '골볼' 을 배운 뒤 경기를 하는 과정은 뉴질랜드의 장애인 복지정책을 보여주면서 동시에 우리의 열악한 장애인 현실을 뒤돌아보게 했다.
그리고 최성민이 최민경씨를 도와 스카이다이빙, 수상스키, 트레킹에 도전하는 모습은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더불어 살아가는 모습이 얼마나 아름다울 수 있는 가를 대변해 주었다.
이날 '도전 지구탐험대' 는 다양한 볼거리와 참신한 구성 그리고 밝은 분위기로 재미도 충분히 느낄 수 있게 했다.
"늘 어둡고 힘든 것만을 보여주었는데 민정씨가 밝은 모습으로 스포츠에 도전하는 모습이 너무 인상적었으며, 장애인도 사회 구성원이라는 생각이 들게 했다" 는 한 시청자의 소감은 방송의 존재 의미까지 일깨워 주었다.
재미와 감동은 별개라는 인식을 갖고 시청률만을 의식해 자극적이고 선정적으로만 나가는 요즘 방송 풍토에서도 '도전! 지구탐험대' 의 22일 방송은 제작진의 고민과 노력만 있다면 얼마든지 프로그램에 재미와 감동을 함께 녹여 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셈이다.
폭력적이고 선정적인 것만이 시청자를 잡을 수 있다는 잘못된 인식에서 방송이 하루빨리 벗어나야 한다.
배국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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