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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 / 고개숙인 '남성' 수술로 되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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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 / 고개숙인 '남성' 수술로 되찾는다

입력
2001.04.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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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대 중반의 당뇨병 환자 K씨. 10년간 운동과 식이요법, 약물 복용으로 혈당을 조절해 왔다. 그런데 3년 전부터 발기가 잘 되지 않고 되더라도 도중에 위축돼 낭패를 당하는 경우가 많았다. 올해 들어서는 정상적인 부부생활이 불가능할 정도로 증상이 악화했다. 남들이 좋다고 하는 정력제는 모두 먹어봤지만 효과가 없었다.매사에 의욕을 잃고 사업도 잘 풀리지 않자, 고민 끝에 성기능장애 클리닉을 찾았다.

의사는 먼저 먹는 약 비아그라를 처방했다. 발기력이 약간 좋아지긴 했지만, 삽입은 여전히 어려웠다. 주사약도 마찬가지였다. 의사는 결국 음경 안에 보형물을 삽입하는 수술을 권했다. 잃어버린 '남성'을 회복할 수 있는 마지막 카드인 셈이다.

하지만 성기에 칼을 대야 한다고 생각하니 선뜻 내키지 않아 고민 중이다.

■ '최후의 선택' 음경보형물 삽입술

나이가 들면 인체 기관이 노화하듯이 성기능도 쇠퇴해 누구에게나 발기부전이 올 수 있다. 특히 당뇨병이 있으면 정상인에 비해 발기부전이 10~15년 정도 빨리 나타난다.

당뇨병 환자의 35~75%에서 생길 수 있다. 병원을 찾는 발기부전 환자의 30% 정도는 당뇨병 때문이다. 이밖에 고혈압, 심장병, 만성 간질환, 만성 신장병도 발기부전을 촉진하는 요인이다. 우리나라의 당뇨병성 발기부전 환자는 30만 명 정도로 추정된다.

당뇨병 환자에게 발기부전이 오는 이유는 이렇다. 당뇨병이 있으면 신경과 혈관계통에 이상이 생기면서 음경해면체가 굳어져 신축력을 잃는다. 음경 동맥도 좁아져 혈액이 제대로 공급되지 않는다. 어렵게 발기가 되도 타이어의 바람이 빠지듯 음경해면체에서 혈액이 금방 빠져나가 발기를 지속하기 어렵다.

먹는 약 비아그라가 1999년 국내에 도입돼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지만, 모든 환자에게 적용되는 '만병통치약'은 아니다. 비아그라의 성공률은 70~80% 정도. 심인성 발기부전이나 가벼운 기질적 장애는 비아그라나 주사제 카버젝트 등으로 치료가 가능하다. 하지만 20~30%는 약물로 치료가 불가능할 정도로 심한 기질적 장애를 갖고 있다.

특히 전립선암 등으로 전립선 적출술을 받은 발기부전 환자는 비아그라에 반응하는 경우가 50%도 안 된다. 당뇨성 발기부전도 비아그라로 효과를 보는 경우는 50~60% 정도에 불과하다. 약물로 치료가 안 되는 환자에겐 음경보형물 삽입술을 해줘야 한다.

■ 의료보험 적용 안돼 700만~1,500만 원 선

음경보형물 삽입술은 당뇨 합병증, 고혈압, 동맥경화증, 척추 및 요도손상, 신경계 질환, 선천성 기형 등으로 발기가 불가능한 환자에게 보형물을 삽입, 성생활을 가능하게 하는 방법이다. 한 번 수술을 받으면 반영구적으로 성생활이 가능하다.

보형물의 종류는 굴곡형, 한조각 팽창형, 두조각 팽창형, 세조각 팽창형 등 크게 4가지. 초기에 개발된 굴곡형은 간단하게 구부렸다 폈다 할 수 있는 단순한 구조로 돼 있다. 세조각 팽창형은 정상 생리기능과 똑같이 발기의 이완을 마음대로 조절할 수 있고 사정이나 성적 쾌감이 그대로 유지된다. 일상생활과 운동에도 불편함이 없다.

수술 시간은 약 30분 정도. 2~3일의 입원이 필요하며, 회복에는 4~5일 가량 걸린다.

수술 6주 후부터 정상적인 성생활이 가능하다. 의료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수술비가 굴곡형은 700만~800만 원 선, 최신형인 세조각 팽창형은 1,500만 원 이상으로 비싼 편이다. 구미에선 1970년대부터 수술이 이뤄졌고, 국내의 경우 1983년 처음 시도됐다.

영동세브란스병원 성의학연구소장 최형기(비뇨기과) 교수는 "한 번 보형물을 삽입하면 자연적인 발기는 더 이상 불가능해진다"며 "미용수술이 아니라 심한 장애로 더 이상 성생활이 불가능한 환자를 위한 '재활수술'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수술 성공률 미국보다 앞선 99% 수준

우리나라의 발기부전 수술 성적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최형기 교수팀은 최근 미국 비뇨기과학회지에 발표한 논문에서 국내 발기부전 환자에게 적용하는 음경보형물 삽입술 성공률이 99.3%로 미국(94.9%)보다 앞선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논문에 따르면 최 교수팀이 1991~99년 영동세브란스병원에서 팽창형 보형물 삽입술을 받은 환자 273명을 추적 관찰한 결과 보형물 3년 생존율(기계적 고장을 일으키지 않고 사용가능한 기간)이 95.7%, 5년 생존율은 94.7%였다.

이는 미국 인디애나대병원 등 7개 의료기관이 372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보형물 3년 생존율 92.1%, 5년 생존율 86.2%보다 월등히 뛰어난 성적이다. 기계적 고장율도 미국의 17.5%보다 크게 낮은 7.3%에 불과했다. 최 교수는 " 수술은 자력으로 성기능 회복이 불가능한 중증의 발기부전 환자들에게 적용하는 마지막 수단"이라며 "사고나 질병에 의한 성기능장애에 한해 수술을 고려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고재학기자

goindol@hk.co.kr

■보형물 삽입술 Q&A

Q. 수술은 어떻게 하나

-펌프, 식염수 저장고, 실린더로 구성된 기구를 체내에 삽입한다. 실리콘 재질의 보형물은 음경 피부 밑에, 펌프는 고환, 저장고는 복부에 삽입한다. 펌프를 누르면 저장고의 식염수가 음경 속 실린더로 흘러 들어가 발기가 된다. 펌프와 저장고, 실린더가 하나로 합쳐진 종류도 있다. 성관계를 원할 때마다 고환에 삽입한 펌프를 10여 차례 눌러주면 음경이 팽창한다. 성관계를 끝내고 싶으면 한 번만 눌러주면 된다. 보형물은 미국의 AMS 등 2개 회사에서 공급한다.

Q. 그동안 수술 건수는

-정확한 통계는 아직 없다. AMS 등에서 우리나라에 공급한 보형물 숫자로 추정컨대 1983년 첫 수술 이후 2,000~3,000여 명이 수술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이 중 3분의 1 정도를 영동세브란스병원이 시술했다.

Q. 부작용은 없나

-수술로 인한 합병증 발생은 5% 미만으로 알려져 있다. 가장 중요한 합병증은 염증이다.

수술 상처 부위에 염증이 생기면 삽입한 보형물을 일단 제거한 뒤 재수술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재수술은 훨씬 더 어렵고 실패 가능성도 높다.

영동세브란스병원측은 지금까지 700여 건을 수술했지만, 염증이 생긴 경우는 두 건에 불과했다고 밝혔다.

Q. 성감(性感)은 수술 전과 차이가 없나

-성적 쾌감이나 사정감(射精感)은 전혀 차이가 없다. 하지만 조루증 예방과는 무관하다. 발기부전 환자의 경우 조루증이 동반되는 경우가 흔하다. 보형물을 삽입하면 원하는 시간 만큼 발기를 유지할 수 있어도, 조루증이 해결되지 않기 때문에 고통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 이 때는 조루증 치료제를 함께 사용하는 게 좋다.

Q. 당뇨 환자의 상처 감염 우려는

-수술 상처 치유율은 일반 환자와 별 차이가 없다. 상처 감염은 주로 고혈당인 상태에서 초래된다. 미리 혈당을 조절하고 수술을 하면 아무런 문제가 없다.

실제로 혈당 문제 때문에 수술 상처가 감염된 사례는 아직 발견되지 않았다.

Q. 환자가 사망해 매장할 때 문제는 없나

-유교적 관습이 강하게 남아있는 노인 환자들이 수술을 꺼리는 이유 중 하나이다.

실제로 수술을 받은 고령자들이 몇 년 뒤 찾아와 음경보형물을 제거해 달라고 요구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매장할 때 자식들 보기에 창피하지 않겠느냐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외관상 수술 흔적이 뚜렷하지 않고, 실리콘 재질이라 시간이 지나면 분해되기 때문에 나중에 이장하는 경우가 생기더라도 별 문제가 되지 않는다.

Q. 보형물 수술이 남용된다는 비판이 있는데

-일반인의 경우 발기부전 수술을 성기확대수술과 혼동하는 경우가 많다.

음경확대수술에 사용되는 보형물과 발기부전 환자를 위한 보형물은 엄연히 다르다.

성기확대수술의 경우 왜소한 음경이나 귀두를 키우기 위해 실리콘 재질의 단순 보형물을 삽입하는 것이다. 발기부전 수술은 고도의 기술과 경험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현재 시술하는 곳이 주요 대학병원과 일부 개업의 등 10여 군데에 불과하다.

개원가에서 성기확대수술이 유행하다 보니 떠도는 소문이다.

고재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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