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주주의 경영권이 취약한 일부 기업에서 지배구조를 둘러싼 주주들의 지분경쟁이 격화하면서 생산성 저하에 따른 기업가치 하락을 부채질하고 있다.특히 최근의 경영권 분쟁은 건전한 기업 인수합병(M&A)이 아니라 내분의 성격이 강해 내수부진과 해외경기 침체 등으로 가뜩이나 어려운 기업의 구조조정 일정에 큰 차질을 빚는 것은 물론 회사를 존폐위기로 내몰고 있다.
냉연강판을 생산하는 연합철강은 16년 동안이나 끌어온 경영권 분쟁으로 기업의 성장이 멈춘 대표적인 경우.
1985년 국제그룹으로부터 연합철강을 인수한 동국제강측과 연합철강 창업주인 권철현 씨측의 한치 양보없는 경영권 다툼으로 수년째 증자를 하지 못해 신규 설비투자와 운영자금 마련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연합철강 관계자는 "수년째 증자에 실패, 신규 설비투자를 하지 못해 동부나 현대하이스코 등 경쟁사들에 뒤지고 해외 신뢰도가 추락하고 있다"고 말했다.
1대주주인 동국제강(58%)은 해마다 주주총회 때 증자안을 올렸지만 2대주주인 권철현씨(38.7%)측은 경영 참여를 요구하며 이에 반대, 증자에 실패를 거듭했다.
이에 따라 동국제강측은 이달 초부터 자사주 공개매수에 들어가 5.08%의 지분을 추가 매입했지만 이 같은 1ㆍ2대 대주주의 '지분 싹쓸이'로 소액주주비율(10% 이상)을 충족하지 못해 연합철강은 지난 2일 관리종목으로 지정됐다. 최악의 경우 거래량 미충족으로 상장폐지될 가능성도 있다.
에너지 전문그룹인 대성산업도 형제간 경영권분쟁의 불씨가 꺼지지 않고 있다.
대성그룹 창업주인 김수근 회장 타계 이후 장남인 김영대 대성산업 회장과 2남 김영민 서울도시가스 회장, 3남 김영훈 대구도시가스 회장의 지분 경쟁은 한 때 형제가 원로회의의 중재안을 받아들여 3사 분할경영에 합의, 실마리를 찾는듯 했으나 최근 두 동생이 연합해 모기업인 대성산업의 경영권 인수에 나서면서 다시 확전되고 있다.
두 동생은 그동안 확보한 대성산업 지분(의결권 포함 55.07%)를 토대로 조만간 임시 주총과 이사회를 조만간 열어 김영대 회장의 퇴진을 요구키로 했다. 3형제는 당초 대성산업은 장남이, 2남과 3남은 서울ㆍ대구도시가스를 독립적으로 운영하되 대성산업이 보유한 서울도시가스와 대구도시가스 지분을 매각하기로 합의했으나 매각가격과 시기 등에 대한 이견으로 경영권 분쟁이 발생했다.
법정관리중인 대한유화는 경영권을 놓고 3,4대주주인 효성, 동부그룹과 2년째 법정공방을 벌이고 있다.
지난해 3월 주총에서 증자 및 외자도입관련 정관을 변경하자 효성과 동부한농화학이 "대주주인 이정호 회장이 증자를 통한 지분확장을 시도하고 있다"며 법원에 주총결의 무효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법원은 지난 1월 주총 무효를 선고했으나 다시 회사측은 서울고법에 항소를 한 상태다.
이에 대해 근로자들은 효성 등이 원료부터 생산품까지 독자 공급망을 갖춘 수직계열화를 위해 석유화학의 핵심시설인 NCC(나프타분해시설)체계를 갖춘 대한유화의 적대적인 인수ㆍ합병(M&A)을 추진하고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회사관계자는 "그동안 자구노력을 통해 법정관리를 조기졸업하고 경영권 방어를 위해 2대 주주인 재경부 주식사기 운동을 벌이며 독자 생존의 길을 모색해 왔는데 경영권 경쟁이 몇 년째 기업성장의 발목을 잡고 있다"고 말했다.
크라운제과 경영권을 놓고 1년 넘게 끌어온 법정공방도 또다시 격화되고 있다. 2대주주인 (주)세일의 김승욱 사장은 윤영달 크라운제과 대표이사 등 경영진 3명에 대해 직무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냈고 크라운제과는 이에 맞서 외자유치 무산 등 그동안 입었던 손해배상을 2대주주에 청구하기로 했다.
이 과정에서 크라운제과는 화의상태를 벗어나기 위한 구조조정이 지연되고 영업조직이 동요하는 등 피해를 입고 있다.
김호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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