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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아리] 정치, 그 '일그러진 肖像'

입력
2001.04.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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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민주 자민 민국 3당 수뇌부가 자리를 함께 한 모습이 신문에 실렸다. 정권의 한 집안 식구가 된 것을 자축하는 모습이다.그 사진에선 JP 이한동 김중권 김종호 김윤환씨가 만면에 미소를 짓고 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어디서 많이 본 '얼굴의 조합'이다.

전통 노통 시절과 YS 정권 을 거친 뒤, DJ 정권이 들어 서고도 3년, 강산이 두 번씩이나 변한 오늘에도 그들은 변함없이 그 자리 그 높이에 서 있다.

JP를 제외한다면, 그들은 과거 정권의 한 집안 식구다. 이른바 군사정권의 정치 모범생들이다. 어떤 이는 집권당 핵심요직을 돌아가며 했고, 어떤 이는 정권의 막후 실세였으며, 또 어떤 이는 박종철군 고문치사 사건 때 내무장관을 했다.

JP도 6공 때 노통밑에 들어 갔으니, 넓은 의미에서 그들과 한 집안이다. 이철승씨가 어느 월간지 인터뷰에서 한 말이 흥미롭다. "JP는 직업이 정권의 2인자다." 맞는 말인지 틀리는 말인지, 비슷한 말일 것도 같다.

하기야 그 시절의 정치인을 두고 '범생'이니 뭐니 따지는 것 자체가 우습다. 군사정권에서 마음에 맞는 사람을 뽑아 여당 야당으로 편 갈라 놓은 뒤, 국회의원 만들어 준 것은 다 알려진 사실이다. 그때의 야당 출신 중 오늘날 민주화 투사인양 훈장을 달고 다니는 사람이 더러 있다.

지금은 DJ 정권인데, 왜 지난 날 사람들이 모여 새삼 정권의 한 집안식구가 된 것을 자축하는 것일까. 오늘의 정치가 딜레마 투성이로 얽히고, 그리고 삐뚤어져 보이는 까닭은 여기에도 있다.

그렇다면 이 사진이야 말로 우리 정치의 굴절된 모습을 대변하는 '일그러진 초상(肖像)'이 아니고 무엇인가.

세상은 변한다. 7,80년대와 2000년대의 세상은 다르다. 변화를 주도하는 것은 역시 사람이다. 그 사이 많은 사람들이 갔다.

그 떵떵하던 왕회장도 갔다. 그런데 유독 정치만은 예전 그대로다. 3김도, 그 아래 사람들도 여전하다.

지역구에서 전국구로, 이당에서 저당으로, 때로는 물구나무도 서가며 정치판에 굳세게 남아 있다. 정치에서 물러난 사람은 딱 한 사람, 이춘구 전 민정당 대표 한 사람 뿐이라는 우스개 소리가 있다. 그가 존경을 받는 이유를 알만 하다.

정치인들이 쉽게 물러나지 않는 데는 권력에 중독된 탓도 있다. 권력은 많은 것을 가능케 한다. 돈도 생기게 하고, 폼도 잡게 해준다.

미운 놈 혼도 내준다. 남의 사생활을 뒤져 보게도 한다. 정치보복과 도ㆍ감청 의혹, 계좌추적 시비가 끊이지 않는 것도 다 이유가 있다.

그래서 정치인들은 정권을 잡으려고 애를 쓴다. 3당 연합도 그런 연장선상에 놓고 보면 이해가 빠르다.

세상만사가 그렇듯 정치의 세계에서도 새것 헌 것이 순환하는 것이 좋다. 새것이라고 무조건 좋을 리 없지만, 적어도 분위기를 새롭게 바꿀 수는 있다.

정치세계에 순환의 바람이 일게 하는 것이 그래서 절실하다. 이럴 때 필요한것이 언론과 시민단체의 역할이다. 언론은 국민의 뜻을 형상화 하고, 시민단체는 그 뜻을 조직화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언론과 시민단체 마져 형편이 영 좋지가 않다. 언론은 안팍으로 곤경에 처해 있다. 정권의 언론 길들이기 와중에 휩싸여 있다.

언론은 그렇다고 하고, 정권은 아니라고 한다. 굳이 아니라면 왜 한꺼번에 세무사찰 공정위 조사를 해야 하는지 의문이다.

시민단체는 객관성에 의심을 받고 있다. 일부 시민단체들이 정권의 포퓰리즘 통치에 가끔 이용당한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우리는 지금 바람 한 점 통하지 않는 앞뒤 꽉 막힌 세상에 살고 있다. 다 정치 때문이다.

신문에 난 사진 한 장이 정치의 '일그러진 초상'으로 보이는 것은 당연하다.

이종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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