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한번 기각당한 구속영장을 재청구한 것에 대해 법원이 "심리할 필요조차 없다"며 '각하'하자 검찰이 22일 각하된 영장을 자구 수정 없이 그대로 또다시 청구키로 하는 등 법원과 검찰이 본격적인 힘겨루기에 나섰다.그동안 법원과 검찰은 임창열(林昌烈) 경기지사의 무죄선고, 총풍사건 항소심 판결 등을 둘러싸고 법정 밖에서 공개 반박과 재반박을 하는 등 갈등이 증폭돼왔다.
법조계에서는 "이번 일이 법원과 검찰간 본격적인 힘겨루기의 도화선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서울지법 남부지원 형사합의2부 박시환(朴時煥) 부장판사는 지난 21일 간통 혐의로 영장이 청구됐다 기각된 이모씨에 대해 남부지청이 무고 혐의를 추가해 영장을 재청구하자 "영장 재청구 자체가 법을 어긴 것이기 때문에 심리대상이 되지 않는다"며 각하결정을 내렸다.
검찰이 청구한 영장에 대해 법원이 "형식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며 아예 사실 관계에 대한 판단조차 하지 않고 각하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각하 결정은 법원이 통상적으로 내리는 기각 결정과는 범죄 혐의 자체, 즉 내용을 심리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다르다.
박 부장판사는 결정문을 통해 "당초 영장 청구 범죄 사실에 무고 혐의가 포함돼 있었음에도 검찰은 간통 혐의로만 영장을 청구했다가 기각되자 무고 혐의를 추가해 재청구했다"며 "이는 새로운 혐의나 증거가 드러날 경우 재청구할 수 있도록 규정한 형사소송법에 어긋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남부지청 강충식(姜忠植) 차장검사는 22일 "피의자의 죄질로 볼 때 기각 자체도 납득이 가지 않는데 법원이 충분한 검토없이 재청구한 영장을 각하했다"며 "법원이 근거도 없는 각하 결정을 내렸기 때문에 금명간 각하된 영장을 다시 재청구하는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강 차장은 "당초 영장 재청구도 무고 혐의가 추가된 만큼 법적 절차에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고 덧붙였다.
한편 대검은 "검찰의 수사권을 침해할 소지가 있는 독단적 결정"이라는 반응을 보이면서도 이번 일이 향후 전례가 될 수 있다고 판단, 신중히 검토한 뒤 대응키로 했다.
반면 법원 관계자는 "이런 경우 통상적으로는 기각 결정을 해왔지만 영장이 기각된 뒤 보강사실 없이 재청구됐다면 충분히 각하결정을 내릴 수 있다"고 말했다.
이진동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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