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업인구가 100만을 넘으면서 청년층 실업문제가 날로 심각해지고 있다. 금년 3월 신규 대졸자의 절반만이 취업하고 있고 나머지는 실업 및 비경제활동 인구화하고 있다는 최근 통계는 우리나라의 청년층 실업문제의 심각성을 단적으로 보여 주고 있다.청년층 실업은 이들이 실업급여나 퇴직금과 같은 사회안전망의 보호를 받지 못하기 때문에 그 자체로도 시급한 문제이지만, 장기적으로 현재 청년들의 인적자본 손상을 가져와 미래 우리 경제의 생산성 저하로 이어진다는 면에서도 더욱 중요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청년 실업 문제에 대해 정부는 단기적으로 인턴사원제 운영, 직업교육 강화등으로 대처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이들이 효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기업 수요에 부합될 수 있도록 제도가 운영되어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문제의 원인을 정확히 파악하고 그에 따른 근본적인 대책을 강구하는 것이다.
특히 경제위기 이후 잠시 전체 실업률이 떨어졌을 때에도 청년 실업률은 별로 낮아지지 않았는데, 이는 청년 실업문제가 좀 더 구조적인 이유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반증하고 있다.
물론 청년 실업률이 높은 중요한 이유는 기업들이 경제위기 이후 구조조정을 거치면서 신규채용을 대폭 줄였기 때문이다.
기존 인력도 부담스러운 상황에서 신규인력을 충원할 여유가 없다는 것이다. 장기적으로는 이 문제가 어느 정도 해소되리라 판단되지만, 이것으로 청년 실업문제 해결을 기대할 수는 없다.
보다 근본적으로는 우리의 교육체계에 그 원인이 있다고 보아야 하고 따라서 여기에서 그 해결책을 모색하여야 할 것이다.
세계화 및 정보화가 진전되면서 외국어, IT 능력과 같은 전문능력이 중요하게 되었다. 이에 대해 고용주는 근로자들이 취업 전에 이러한 능력을 갖추기를 바라지만, 우리 교육체계는 이러한 사회적 수요에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
과거 고도성장으로 장기고용 관행이 정착되어 있을 때에는 고용주는 근로자에게 필요한 전문능력을 스스로 교육할 유인이 있었다.
이직 가능성이 별로 없는 근로자를 교육시킬 때 고용주는 그 교육투자의 성과를 확보할 수가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성장률이 둔화하고 노동시장이 유연해지면서 근로자들의 이직 가능성이 높아지게 되었고, 이 상황에서 고용주는 이들이 취업 전에 그러한 능력을 교육을 통해 습득하기를 요구하게 되었다.
그러나 우리 교육체계는 이러한 변화에 전혀 부응하지 못하고 있다. 전문능력을 효과적으로 배양하기 위해서는 전문대학 및 실업계 고등학교가 육성되어야 한다.
4년제 일반 대학교육이 수요자 중심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주장도 있지만, 이는 대학본래의 기능을 훼손할 가능성이 크다.
대학은 개인의 지적능력을 함양시키고 우리 사회나 역사를 바라보는 관(觀)을 형성해 주는 등의 고유한 기능이 있는 것이다.
따라서 실효성있는 전문능력 배양을 위해서 정부는 전문대학등에 좀 더 많은 투자와 지원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더욱 중요한 것은 이러한 교육에 대한 수요가 광범위하게 창출될 수 있도록 여건을 조성해야 할 것이다.
예컨대, 기업들이 생산성보다는 학벌에 근거하여 부당하게 승진기회를 제약하는 것을 규제하고, 나아가서는 우수한 전문능력만으로 학벌과 상관없이 사회적으로 성공할 수 있는 가능성을 확대시켜 주어야 한다.
청년 실업의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이와 같은 교육체계의 변혁이 이루어져야 한다.
산업사회 및 노동시장의 변화에 교육이 잘 대응해주지 않고서는 청년 근로자들의 유휴화 및 그에 따른 우리 경제의 생산성 저하를 막을 수 없다.
또 이러한 교육체계 변혁을 통해서만이 앞으로 우리가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제고하고 세계화 및 정보화의 추세에 효과적으로 적응할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윤정열ㆍ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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