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도 속절없이 흘러 끝자락에 왔다.대통령에서부터 전ㆍ현직 경제관료, 각종 민관 연구기관, 학계, 언론, 시장 전문가 등이 우리 경제의 문제와 처방에 대해 갖가지 말을 쏟아냈지만 무엇하나 속시원히 해결된 것이 없다. 카리스마와 리더십을 갖춘 방향타가 없으니 논쟁만 가열되고 서로가 헷갈린다.
그린스펀 미FRB의장의 깜짝쇼에 따른 '뉴욕 훈풍'으로, 차갑기만 하던 국내 증시에도 온기가 돌고있다. 하지만 7,000억원대의 외국인 매수세가 지수를 끌어올리는 사이에 개인과 기관은 그 이상을 팔아치웠다.
경제의 펀더멘털이나 기업실적을 믿지못하겠다는 노골적인 불신을 드러낸 셈이다. "주가가 떠야 만사형통"이라고 생각은 되지만, 음울한 경기전망 및 지표발표가 잇따르고 '현대 뇌관'이 항상 시장을 위협하고 있는 만큼 털고 나갈 기회만 노린다는 뜻이기도 하다.
실질인 가치를 도외시하고 거품인 가격을 중시해온 정책의 업보다.
금주도 현대건설 출자전환을 둘러싼 채권은행단 내부 갈등과 투신권의 반발, 현대전자가 1조8,000억원의 외자유치을 내세워 채권단에 요청한 추가지원 처리, 노정 파워게임으로 또 하나의 암초를 만난 대우차의 GM매각 전망 등 지겨운 문제와 씨름할 수 밖에 없다.
24일 방북하는 정몽헌씨가 들고올 보따리의 내용물에 따라 금강산 관광사업의 존폐여부도 사실상 결정된다.
26일엔 IMF가 한국경제전망을 내놓는다. 병상에 누워있는 세계경제의 회복 여부가 불투명한 이상 좋은 얘기가 나올 리 없다. 일하고 싶고, 또 해야하는 사람들이 참담하게 좌절하는 2001년 한국의 4월은 참으로 잔인하다.
이유식 경제부차장 y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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