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집권 자민당의 총재 선거에서 개혁파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ㆍ전 후생상)의 당선이 유력해짐에 따라 일본 정치에 새 바람이 불 것으로 보인다.고이즈미 후보는 자민당 일반 당원을 대상으로 실시된 예비 선거 개표 결과 22일 현재 18개 현에서 최대 라이벌인 하시모토 류타로(橋本龍太郞ㆍ전 총리) 행정개혁 담당 특명상을 누르고 1위를 차지, 53표를 먼저 확보하는 돌풍을 일으켰다.
반면 하시모토 후보는 오키나와(沖繩), 오카야마(岡山) 현에서만 1위를 기록, 7표 확보에 그치고 있으며, 아성인 사가(佐賀)현 조차 고이즈미 후보에게 패배했다.
고이즈미 후보는 아소 다로(麻生太郞) 후보의 출신지인 후쿠오카(福岡) 현과 하시모토 후보의 우세가 예상된 도쿠시마(德島)ㆍ사가(佐賀)ㆍ나가사키(長崎) 현에서도 승리했다.
그의 대중적 인기로 보아 일찌감치 예상된 우세 전망을 크게 웃도는 압승이다. 이런 기세는 47개 광역단체 당 본부의 각 3표, 총 141표를 다투는 23일 예비선거에서의 압승을 예고하고 있어 의원 표에서의 격차를 간단히 메울 것으로 보인다.
자민당 총재 경선은 47개 광역단체 당 본부의 141표와 의원 346표 등 487표를 놓고 치러진다.
현재 당내 파벌 분포로 보아 하시모토 후보는 의원 표에서 자파 101표와 호리우치(掘內)파 44표 등 145표를, 고이즈미 후보는 모리(森)파 59표, 야마사키(山埼)파 23표, 가토(加藤)파 15표 등 97표를 확보했다.
따라서 고이즈미 후보가 지방본부의 예비선거에서 하시모토 후보에 48표 이상을 앞서면 1위로 결선 투표에 임해 55표를 쥐고 있는 가메이 후보의 지원을 기대할 수 있다.
가메이 후보는 애초 결선투표에서는 하시모토 후보를 지지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최근 중립으로 돌아섰다.
노나카 히로무(野中廣務) 전 간사장과 아오키 미키오(靑木幹雄) 참의원 간사장 등 하시모토파 지도부 조차 "당원의 뜻을 존중해야 한다"고 밝히고 있어 가메이 후보가 '고이즈미 돌풍'을 외면하기는 어렵다.
하시모토 후보는 이날 "3판 승부로 이뤄지는 검도 경기 첫판을 졌다"고 예비선거 참패를 인정하면서도 "그러나 앞으로도 두 판의 승부가 남아 있다"고 결선투표에 임할 태세를 밝혔다.
그러나 1차 투표에서 2위로 밀릴 경우 결선투표에 나서지 말아야 한다는 의견이 파벌 내에서도 일고 있어 도중하차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특히 소장파 의원들의 반란 및 이탈 표까지 나올 가능성도 있다.
'고이즈미 돌풍'은 자민당과 일본 정치의 많은 변화를 예고할 것으로 보인다. 모리파 회장인 그는 선거 전술로 '파벌 탈퇴'를 내걸어 하시모토파의 장기 지배에 대한 당원들의 반발을 자극하는 한편 명분에서 앞서 나갔다.
또 대중적 인기에서 당내 1위를 달린 다나카 마키코(田中眞紀子) 의원을 동원, 혹독한 당지도부 비판에 나섰다. 그 결과가 예비선거 압승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자민당의 파벌 정치는 후퇴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도쿄=황영식특파원 yshwang@hk.co.kr
■고이즈미 누구
일본 자민당 총재 경선 승리가 확실시 되고 있는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ㆍ59) 전 후생상은 22일 예비선거 돌풍에 스스로도 놀라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할아버지와 아버지의 뒤를 이은 3세 의원이지만 다른 ‘세습 의원’과 달리 공격적이고 직선적인 언행으로 눈길을 끌어 왔다.
1998년 총재 경선 출마 당시 다나카 마키코(田中眞紀子) 의원이 붙인 ‘이상한 사람’(變人)이라는 인물평처럼 당내에서 괴짜로 통해 왔다.
‘일언거사(一言居士)’라는 별명처럼 입바른 소리를 잘하고 일단 내뱉은 말에 대해서는 물러서지 않는 직선적 행태는 당내에서는 ‘치밀하게 계산된 퍼포먼스’라는 비난을 샀지만 대중적 인기의 밑거름이 됐다.
우체국 사업자를 조직표 기반으로 여겨 온 자민당의 체질로u보아 상상을 할 수 없었던 ‘우정사업 민영화론’이 대표적인 예이다.
우정성 장관 시절의 경험을 담아 1994년 가을 ‘우정성 해체론’이란 책을 통해 들고 나온 이래 지금까지도 변함이 없다.
후쿠다(福田)파에서 이어진 모리(森)파가 전통적으로 역사 인식에서는 강경 우파의 논리를 내세운 데다 총재 경선 과정에서 야스쿠니(靖國)신사 공식 참배론에 불을 붙인 것으로 보아 그가 승리하면 한일 관계는 더욱 긴장될 것으로 전망된다.
도쿄=황영식특파원 yshw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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