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임시국회가 맹탕으로 돌아가고 있다. 여야가 국회 본연의 활동은 외면한 채, 여의도 의사당을 대선 전초기지 쯤으로 치부하고 비생산적인 정쟁만 벌이는 탓이다.회기 초반 한때 생산적 모습을 보이는 듯하더니, 상임위 활동으로 넘어가자 겉모습만 요란할 뿐 속은 갈수록 텅 비는 외화내빈(外華內貧)의 양상으로 변질되고 있다.
국회가 지난 주말 본회의를 열어 법안을 처리하려다 상정된 법안이 없어 취소한 것은 이번 임시국회가 얼마나 겉돌고 있는가를 단적으로 나타내 준다.
현재 상임위에 계류 중인 법안은 자그마치 279개나 되지만 의원들은 이를 심의하기는커녕 거들떠보지도 않고 있다.
그나마 의원들이 출석해 입씨름을 벌이는 상임위는 괜찮은 편이고, 아예 출석률이 저조해 개점휴업 상태로 놀고 있는 상임위도 많다.
이처럼 국회가 맹탕으로 돌아가는 이유는 여야 정당들이 벌써부터 때 이른 대권싸움에 정신을 파는데다, 3당 정책연합 선언이후 공동여당 의원들 사이에 국회를 소홀히 대하는 풍조가 만연하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있다.
대선 경쟁은 벌써부터 여야간은 물론, 같은 당내에서도 치열하다. 이 때문에 염불보다는 잿밥이라는 식으로 국회 활동보다는, 어떻게 하면 상대 당이나 상대 정치인을 궁지에 몰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정치적 입지를 높여 나갈 수 있을까 등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것이다.
느닷없이 개헌론을 제기하거나, 전직 대통령들을 찾아 다니는 것 등이 이런 데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여당 의원들의 상임위 출석률이 특히 저조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는데, 이는 수적 우위에 따른 자만심이 원인일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상임위에 어쩌다 출석한 여당 의원들 사이에 야당의 공세를 맞받아 내느라 쩔쩔맸다는 볼멘 소리도 들린다.
3당 정책연합 선언 뒤 여당 의원들 사이에 긴장이 풀리고, 당내 분위기도 느슨해 진 것만은 틀림없는 것 같다. 결코 바람직한 현상은 아니다.
의원들은 국회를 생산적 정치의 장으로 만들어 나가는 데 노력을 아끼지 않아야 한다. 세비만 축 내고 있다는 비아냥을 더 이상 듣지 말아야 한다.
여야는 국회가 맹탕이 되지 않도록 의원들을 독려해야 하며, 특히 공동여당은 의원들이 쓸데없는 자만심을 갖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국민의 뜻과 달리 억지로 의석을 늘렸으면서도 자만심을 갖는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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