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내 대권 경쟁이 불붙으면서 주자들의 처세술도 다양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흠 잡히지 말고 김대중 대통령과 국민들의 마음을 잡아야 한다'는 것이 공통분모이지만 후보들 간 신경전도 치열하다.■약점을 보완하고 강점은 돋보여라= 김중권(金重權) 대표와 한화갑(韓和甲) 최고위원은 당 대표와 동교동계라는 각각의 특수성 때문에 'DJ대리인'의 울타리를 벗어나지 않고 있다.
김 대표는 지방순례가 "과열경쟁을 촉발시킨다"는 비판론에 직면하자, 국회에서 매일 회의를 주재하며 '일하는 대표' 이미지 심기에 주력 중. 원내외 지구당 위원장들과의 접촉 빈도가 늘어난 것도 특징이다.
타 주자들의 집중견제에 시달리는 이인제(李仁濟) 최고위원은 한편으론 대통령을 의식하면서 틈날 때마다 '민심'을 거론하며 대세 굳히기에 열심이다. 최근 두드러진 변화를 보이는 사람은 김근태 (金槿泰) 최고위원과 노무현(盧武鉉) 상임고문.
김 최고위원은 최근 JP와 만난 데 이어 25일 YS와 회동을 계획하는 등 외연을 넓히는 데 적극적이다.
약점인 대중성을 얻기 위해 '3김'을 이벤트 소재로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대중적 인기가 강세였던 노 고문은 최근 들어 '튀는 언행'을 자제하며, 'DJ 변호'로 방향을 선회했다.
■떨어지는 낙엽도 피하라= 부정적 이미지를 줄 수 있는 문제에는 몸조심이 역력하다. 대부분의 대권주자들이 '침묵'하는 대우차 문제가 대표적 케이스.
이인제 (노동부장관) , 김근태 (재야), 박상천 (朴相千ㆍ 법무장관) 최고위원 등은 '할말이 있을 법한' 경력을 지녔지만 각종 자리에서 말이 없다.
또 언론사 세무조사, 신문고시 등도 노 고문, 한 최고위원 등을 제외하곤 '언론과의 벽쌓기'를 우려한 듯 마찬가지다.
■차려진 밥상에 숟가락을 얹어라= 정가 화두인 '개헌론'에 대해 여권주자들은 경쟁적으로 발언수위를 높이고 있다.
이인제 김근태 최고위원을 시발로 한화합 최고위원이 가세했다. 여기에 김 대표 역시 "개헌의사가 없다"면서도 "최고위원 시절 개헌론을 주장했다"고 한자락을 걸쳤다. 박상천 최고위원은 "현실성이 없다"는 '반대론'으로 개헌논쟁에 뛰어들었다.
■뭉치고 공격하라= 후보들간의 견제심리도 노골화하고 있다. 김 최고위원, 노 고문은 '민주화 세력 연합론'을 주거니 받거니 하며 "대권을 양보할 수 있다"고 덕담을 나누고 있다.
이들은 한 최고위원과의 '3각연대'에 공을 들이고 있다.
노 고문은 자신이 '기회주의자'라고 공격했던 김 대표와도 협력의사를 밝혔다. 이에 이인제 최고위원은 "말로만 개혁하는 것도 아니고 개혁할 사람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다"라며 김 최고와 노 고문을 노골적으로 겨냥했다.
김 대표는 최근 인천시지부 회의에서 느닷없이 "정권재창출은 강연이나 연설을 잘해서 되는 것이 아니다"라며 방송출연ㆍ지방 특강 등에 열심인 타 주자들을 비판했다.
이태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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