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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속으로] 햄릿 對 돈키호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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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속으로] 햄릿 對 돈키호테

입력
2001.04.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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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16년 4월23일 인류 문학사상 가장 뛰어난 작가 두 사람이 영국과 스페인에서 죽었다.잉글랜드 중부의 스트랫퍼드어폰에이번에서 죽은 영국 사람의 이름은 윌리엄 셰익스피어다. 그는 그보다 52년 전 같은 곳에서 태어났다.

마드리드에서 죽은 스페인 사람의 이름은 미겔 데 세르반테스다. 그는 그보다 69년 전 알칼라데에나레스에서 태어났다.

한 사람은 일생동안 극장 주위에서 살았고, 또 한 사람은 젊은 시절의 거의 전부를 전장(戰場)과 감옥에서 보냈다.

이 두 사람에 대해 긴 설명이 필요하지는 않을 것이다. 셰익스피어는 영국의 시와 연극만이 아니라 온 세상의 시와 연극의 상석에 앉아 있다.

세르반테스는 근대적 소설 문학의 맨 앞자리에 있다. 셰익스피어가 대표작을 꼽기 힘들 만큼 다작의 작가였던 데 비해, 세르반테스는 과작의 소설가ㆍ극작가ㆍ시인이었고 문학사의 새 장을 연 '돈키호테'말고는 널리 읽히는 작품이 별로 없다.

러시아의 소설가 이반 투르게네프는 '햄릿과 돈키호테'라는 에세이에서 인물의 유형을 햄릿형과 돈키호테형으로 나누었다.

햄릿형은, 셰익스피어 비극 속의 덴마크 왕자 햄릿이 전형화했듯, 사색과 회의(懷疑)에 몰두하는 우유부단한 인물형이다.

돈키호테형은 이와 반대로 생각보다는 행동을 앞세우는, 현실을 재기보다는 정의감으로 이상을 향해 돌진하는 인물형이다.

한 쪽은 생각 속에서 허우적대고, 다른 쪽은 행동 속에서 파멸한다. 투르게네프에 따르면 돈키호테가 상징하는 것은 정의의 승리, 개인주의에 대한 영원한 믿음의 우월성이다.

햄릿이 자아를 세계의 중심으로 만드는 데 견주어, 돈키호테는 타인들을 위해 자신을 희생한다. 물론 이 두 유형은 서로 대립되는 극단적 전형들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 둘 사이의 어딘가에 있다.

고종석 편집위원

aromach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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