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복싱사상 최고의 이변이 일어났다.22일(한국시간) 남아프리카공화국 카니발시티 카지노 특설링에서 열린 프로복싱 WBC(세계복싱평의회)ㆍIBF(국제복싱연맹) 통합타이틀전에서 도전자 하심 라흐만(28ㆍ미국)이 챔피언 레녹스 루이스(35ㆍ영국)를 5회 2분32초만에 KO로 물리쳐 새 통합챔피언에 올랐다. 새 챔피언 라흐만은 35승(29KO)2패, 루이스는 38승(28KO)1무2패를 각각 기록했다.
이변의 조짐이 보이기 시작한 것은 3회. 전적상 KO율이 루이스에 앞서는 라흐만은 3회 중반 왼손 스트레이트를 적중시키며 경기를 이끌었다. 방심이 지나친 탓이었을까.
루이스는 5회 중반 라흐만의 왼손잽을 무시하는 듯 안면커버를 완전히 내리고 웃음까지 내보이며 뒷걸음질을 쳤다.
그러나 5회 종료 30초전. 라흐만의 오른손 훅 한방이 루이스의 얼굴에 통렬하게 적중했고 6년 반동안 무패행진을 달리던 루이스는 그대로 링바닥에 드러누웠다. 남아공 도착전 '오션스 일레븐'이란 영화촬영 등으로 분주했던 루이스의 마지막 신은 결국 끔찍한 '호러무비(공포영화)'로 결말났다.
루이스의 타이틀 상실로 지금까지 계속 추진돼 오던 루이스_타이슨의 맞대결은 전면 백지화됐다.
지난 3월 존 루이스(미국)가 에반더 홀리필드를 꺾고 WBA 타이틀을 획득한 뒤 또다시 터진 대이변에 헤비급계는 한동안 혼란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이준택기자
nagne@hk.co.kr
■새 챔프 라흐만은 누구?
IBF 4위, WBC 10위에 머물러 있는 하심 라흐만이 레녹스 루이스를 KO로 완벽하게 꺾고 새 챔프에 오르리라고 예측한 이는 단 한명도 없었다. 라흐만은 루이스에게 완패했던 데이비드 투아(뉴질랜드)에게 98년 12월 10회 TKO로 패하는 등 객관적인 전력비교상 루이스의 상대가 되지 못했다. 루이스 역시 타이슨과의 맞대결을 앞두고 몸풀이 상대로 라흐만을 선택했다.
72년 볼티모어에서 태어난 라흐만은 지난 3월 WBA 챔피언타이틀을 거머쥔 존 루이스와 마찬가지로 철저한 무명. 94년 12월 프로로 전향한 그는 상당한 펀치력을 보유하고 있지만 링에 눕는 회수도 많아 '유리턱'이라 불리곤 했다. 그러나 라흐만은 루이스가 '할리우드 생활'의 단맛에 젖어 훈련량이 적다는 사실에 힘을 얻어 더욱 훈련에 전념했고 프로복싱 역사에 남을 이변을 연출했다. 이날 라흐만이 거둔 KO승은 더글러스가 90년 2월 도쿄에서 마이크 타이슨을 10회 KO로 꺾었던 '대형사건'을 다시 떠올린다는 반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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